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단장 황창규)이 공식 출범 뒤 한 달 남짓 동안 예산과 관련한 교통정리를 매끄럽게 처리하면서 안팎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예산 관련 첫 단추를 잘 뀀으로써 향후 성공적인 역할 전개가 기대된다.
2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단장으로 5명의 MD가 함께 출범한 ‘R&D 전략기획단’이 지경부의 R&D 예산 편성 조정과 배분 역할에 본격 참여해 예년과는 다른 성과를 냈다.
‘예산 배분 쟁탈전’이라고 할 만큼 반목과 대립이 컸던 관행을 깨고,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조정을 통해 관련 주체 모두로부터 두루 신임을 얻었다는 평이다. 전략기획단이 예산 조정·분배 과정에서 높은 신임을 얻은 것은 그만큼 예산 조정과 분배의 역할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경부의 내년 R&D 예산은 4조4853억원으로 올해 대비 1.93%(853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경부가 올해 약속한 주요 정책 관련 R&D를 모두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지경부는 최근까지 소프트웨어 육성에 3년간 1조원, 한국형 원전개발에 7년간 4000억원, 월드프리미엄소재(WPM) 개발에 9년간 1조원, 20대 핵심부품 소재개발에 3년간 2000억원,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7년간 5000억원 등 다양한 R&D 지원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내년 신규 R&D 과제 수행에만 소요될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설 형국이다. 여기에 기존 수행 과제에도 예산이 지원돼야하기 때문에 올해 대비 1.93% 늘어난 예산 규모로는 사업 집행 공무원들 간 아귀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관련 업무를 책임진 해당 과와 팀 입장에선 정책 수행을 위해 예산 전쟁이 일촉즉발까지 몰렸다. 예년 같으면 해당 국장이나 정책과장 선에서 예산이 걸린 문제에 대해 고성이 오가는 살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교통정리를 R&D전략기획단이 맡으면서 잡음이 확 줄었다는 평가다.
전략기획단의 황창규 단장과 MD들의 합리적인 조정이 힘을 발휘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담당 공무원은 “예전 같으면 예산 때문에 과·팀장들 간 고성이 오가는 실랑이가 빈번했지만 올해는 민간에서 온 전략기획단이 예산조정에 참여하면서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설득을 통해 조정하면서 실랑이가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전략기획단 구성원 면면이 해당 분야 최고전문가의 견해로 예산 조정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며 “공무원들 사이에 민간 전문가의 시각이 왜 필요한지 진짜 실감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내년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8월 심사와 국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며 전략기획단은 내달 10대 선도기술 과제 발굴과 우리나라 2020년까지의 산업 청사진을 제시할 ‘산업발전 비전 2020’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