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85년 전인 1925년 7월 21일 미국 테네시주 작은 마을인 데이턴의 레아카운티 법정에선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재판이 열렸다. 일명 ‘원숭이 재판’ 또는 ‘스콥스 재판’으로 불리는 이 재판은 기독교 근본주의자(창조론)와 개신교 자유주의자(진화론)가 정면 충돌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보수주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테네시주 내 공립학교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버틀러법을 통과하면서다. 법 시행후 고등학교 생물교사이면서 미식축구 코치인 존 스콥스가 생물학 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쳤고 그는 결국 버틀러 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미 남부 대다수의 주들이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네시 주도 가세하자 개신교 자유주의자들이 반 이성적인 법에 도전장을 낸 정치적 법정 싸움이었다.
결국 존 스콥스는 1925년 7월 21일 법정에서 배심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최종적으로 받고 100달러의 벌금형을 냈다. 보수주의 색채가 짙은 남부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여론을 반영한 결과인 셈이다. 겉으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이 재판을 계기로 미국 남부 근본주의자의 버틀러법은 유럽의 조롱거리가 됐다. 또, 40여년 후 학교내 진화론교육을 금지한 이 법률은 폐지됐다.
미 테네시주의 버틀러법 시행은 지금 시각에서 보면 상식밖의 일이다. 그런데 85년전 미국 정치권에서 벌어졌던 원숭이 재판과 비슷한 싸움이 국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4대강 정비 사업이다. 여당은 사업 강력 시행을, 야당은 사업 강력 저지를 각각 주장하며 국회에서 첨예하게 설전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산업계에선 4대강 사업에 공공 예산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IT 예산이 삭감,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어 산업계든 정치권이든 4대강 사업은 뜨거운 감자다.
아직 4대강 정비 사업은 어떤 결론을 맺지 못했다.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여든 야든 한 쪽 편에 서서 4대강 정비 사업의 옳고 그름을 딱히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4대강 사업이 버틀러법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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