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를 내켜 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내가 타서는 폼이 안 나고, 지붕을 열고 다니면 너무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럽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여기는 캘리포니아가 아니라서 지붕을 열 기회도 많지 않다. 도심에서 열고 다니는 것은 건강에도 안 좋다. 그리고 지붕을 잘라내면 아무래도 차체의 강성이 떨어지게 돼 있다. 물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여러 군데 보강을 하긴 하지만 차가 무거워진다. 탁 트인 개방감과 튀는 스타일링을 얻기 위해서는 견고한 섀시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고민해 볼 문제다.
어쨌든 최근의 아우디 디자인은 하나같이 멋지다. 패밀리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는 아우디의 디자인이 꽤 인정받는 것 같다. 강렬한 눈매나 커다란 싱글 프레임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최대의 어필 요소가 아닐까 싶다. A5 쿠페도 앞서 말한 디자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오히려 쿠페기 때문에 아우디 특유의 스타일링이 더 산다. 아우디 디자인 책임자인 발터 드 실바는 A5 쿠페가 본인이 디자인 차 중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A5에 대한 디자인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A5의 디자인은 큰 호평을 받았고 그것이 카브리올레에도 이어진다. 지붕만 잘라냈으니 기본 디자인이 어디 가겠는가. 대신 지붕을 씌우면 살짝 어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붕 잘라 만든 오픈카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아우디가 주도하는 LED는 이제 모든 메이커가 벤치마킹 하고 있다. 19인치 휠도 눈에 띈다. 아우디에서 처음 보는 디자인이다. 누가 자꾸 따라 하니까 휠도 새 디자인을 도입한 게 아닌가 싶다. 멋있긴 하지만 휠이나 타이어(255/35R)는 이 차량에서 오버사이즈라고 할 수 있다.
실내는 당연하게도 A5 쿠페와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시트에 포함된 목 부분 히팅 기능 정도이다. 등받이 상단에 있는 송풍구에서 따스한 바람이 나온다. 겨울철 오픈 드라이빙에 요긴한 장비임에 틀림없다. 작동은 시트 가장자리에 있는 버튼으로 한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그래도 시승을 하는데 안 써볼 수 없어 가장 세게 틀어보았다. 조금 과장해서 목에 땀띠가 날 뻔 했다. 시트는 A5처럼 포지션이 상당히 낮다.
A5 카브리올레는 최대 50㎞/h까지 달리면서도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전 세계 오픈카 중에서 가장 높은 속도가 아닌가 싶다. 개폐 시간은 열 때 15초, 닫을 때는 17초가 걸린다. 아무래도 지붕의 면적이 있기 때문에 개폐 시간이 최고로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소프트톱은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기 때문에 개폐 여부와 상관없이 트렁크 용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엔진은 211마력의 힘을 내는 2.0TFSI 가솔린 터보로 A5 쿠페와 동일한데, 변속기는 6단 자동에서 CVT로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처진다고 하는 CVT지만 체감 가속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211마력의 2.0 TFSI는 참 좋은 엔진이다. 변속기 종류와 상관없이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2000㏄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저속 토크가 좋고 반응도 빠르다. 실제 0→100㎞/h 가속 시간은 7.9초로 A5 쿠페 보다 1초가 늦다. 오픈 상태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순발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A5 카브리올레도 200㎞/h는 무난하게 넘긴다. CVT는 수동으로 조작하면 꽤 스포티하다. A5 카브리올레도 4륜 구동이고 주행환경과 운전자 취향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다.
A5 쿠페와 A5 카브리올레의 가격 차이는 670만원이다. 생각보다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차체가 무거운 A5 카브리올레(11.5㎞/L)는 A5(9.9㎞/L) 보다 연비가 좋다. CVT의 힘이다.
자세한 시승기와 사진은 http://www.rpm9.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한상기 객원기자 hskm3@hanmail.net
사진/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