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클로즈업 ]
위험한 경영학
세상에는 늘 ‘메인 스트림’이 존재했다. 어느 시기나 어느 조직, 사회 할 것 없이 이른바 주류라는 게 있다. 주류 사회에 속하면 좋은 점이 많다. 권력과 재물, 명예가 가져다주는 구조적 보장이다. 반면 비주류로 분류되면 세상의 중심과는 거리가 먼 변방을 떠도는 게 현실이다.
특히 주류와 비주류를 극명하게 갈라놓는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학계다. 주류적인 학파에 속하면 학계를 주도하는 대신, 반대로 비주류는 늘 이단아로 따돌림을 받는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학문의 발전 단계에서 이들 이단아가 새로운 전환점의 동력이 됐다는 데 이견을 달지는 못할 듯싶다.
여기 최근 등장한 경영학의 이단아가 있다. 신간 ‘위험한 경영학’의 저자 매튜 스튜어트는 현재 주류 경영학의 무용론을 적극 설파하는 이다. 경영학에 왜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 허구와 실체를 파헤친다. 책은 궁극적으로 현장의 기업 경영과 컨설팅 업계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경영학 이론 대신, ‘경영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갗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 실제 21세기 들어 미국 경영학계에는 MBA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의 필립 브러튼은 MBA를 ‘치욕적인 주홍글씨’라고 했고, 맥길 대학의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MBA 출신 CEO 19명 중 10명이 파국을 맞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앞서 MBA의 상징으로 칭송받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영 실태는 MBA에 대한 실망감을 더하기도 했다.
이단이라는 표현에서 예상할 수 있듯 저자는 주류 경영학이 아닌,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돈’을 좇아 컨설팅 업계에 몸담은 뒤 겪었던 사기에 가까운 행각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가 지적하는 컨설팅 업계의 실체는 경영학의 진실과 맥이 닿아 있다. 현대의 경영 컨설팅이 컨설팅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학 또한 경영학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책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렸던 네 명의 석학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과학적 경영의 토대를 만들었던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 인간중심 경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엘턴 메이오, 경영 전략학의 효시인 마이클 포터, 경영학을 대중화시킨 톰 피터스까지 그동안 맹신해왔던 경영학의 구루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톰 피터스에 대한 공격은 흥미롭다. 저자는 “가정의 식탁에서 과연 경영학이 필요한갚라며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스스로 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대기업 CEO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다. 경영 이론이 대중화하면서 극히 개인적이고 비현실적인 특성을 지니게 됐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주류 경영학을 비판한 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인문학에 대한 통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주류 경영학을 답습하기보다는 더 큰 밑그림과 화합·분석 능력을 동원, 섬세한 시각을 갖춘 사람을 만들어내는 철학적 시각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대안 없는 경영 무용론이 아닌, 참된 경영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실한 조언이다.
매트 스튜어트 지음. 이원재·이현숙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6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