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동에는 숨겨진 법칙이 있다. 행동과 행동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연결 법칙이 있고, 또 이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우선순위가 존재한다.
2005년 7월 16일 영국 옥스퍼드의 존 래드클리프 병원. 여름방학 중이라 여기저기 깨지고 다친 혈기왕성한 어린이 환자들로 붐벼야하는 응급실이 한산하다. 모든 어린이들이 동시에 다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억지는 접어두자. 응급실이 한산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해리포터’의 마법 때문이었다. 이날은 해리포터 6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출간된 날이었다. 응급실과 해리포터 사이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헝가리 출신의 과학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특훈교수는 “우선순위 설정이라는 행동패턴이 작용해 덜 아플수록 해리포터 최신편을 붙잡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 사물, 행동 등 모든 개체에는 연관성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체의 ‘연관성’을 과학 및 역사적 사실과 소설을 결합시켜 풀어낸 ‘버스트’는 지난 2002년 자연과 사회, 비즈니스에 대해 그물망적(web-based) 시각을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제시, 호평받았던 ‘링크’의 후속작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버스트’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이면에 숨어있는 법칙, 신의 손에 의해 벌어지듯 요동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같은 현상을 자신의 가계의 유래를 모티브로 삼아 픽션과 역사와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16세기 헝가리 십자군 이야기를 배경으로 역사의 무작위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상징하는 십자군 대장 죄르지 세케이와, 예언과 예측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귀족 이슈트반 텔레그디를 둘러싼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역학 연구’라는 분야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살펴본다.
바라바시 교수는 “전세계의 역사, 사건 등은 네크워크화돼 있고 미래행동을 예측 가능하다”며 “특히, 블로그, 트위터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휴대전화, 위성항법장치 등의 보급으로 수집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 행동패턴 분석과 예측이 쉬워지고 있다. 미래 프라이버시 박탈 위기까지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8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