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는 필연적이었다. 혁신적 소프트웨어로 IT업계에 대지진을 몰고 온 애플과 구글. 세계 최고 IT강국ㆍ기업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다 그들에 추월당한 국내 기업들.
애플 쇼크는 하드웨어에만 집착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엔 소홀했던 한국 기업들에 1차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대학 컴퓨터공학부의 끝없는 추락도 자리 잡고 있었다.
한때 의대나 전기공학부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2010년 2학기 모집에서 학생이 45명만 지원해 정원(55명)을 채우는 데 또다시 실패했다. 2005년 이후 무려 5번째다.
이 기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가 정원을 채운 건 2009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전기공학부를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들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부작용이 커 그나마 올해는 이마저도 포기했다. 연세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역시 2009년 정원이 113명에 달했지만 올해엔 74명으로 감소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대학교 컴퓨터공학부 평균 정원수는 2005년 87명에서 2008년엔 76명까지 떨어졌다. BK21 사업에서 정한 입학단위 군으로 선발한 학생들이 컴퓨터공학부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원수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부가 왜 이처럼 외면받고 있을까.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업종은 3D로 치부된다"며 "졸업자 중 우수 인재들도 삼성이나 LG의 하도급업체에서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게 되는데 열악한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폰 운영체제(OS)나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명품 소프트웨어가 나오지 못한 것은 국내 고급 컴퓨터 엔지니어의 부재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훌륭한 학생들이 낮은 대우를 이유로 컴퓨터공학부를 기피해 고급 인력은 줄고, 휴대폰 소프트웨어는 몇 개월 교육만 받은 프로그래머가 뚝딱 만들다 보니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삼성 갤럭시S가 히트를 치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하드웨어로 승부를 본 수준"이라며 "미래가치는 단말기 값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창출되는 점을 소홀히 여겨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정책을 총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싱크탱크 마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고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관료제 조직으로는 변화가 빠른 소프트웨어 산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민간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상설 연구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초ㆍ중ㆍ고 컴퓨터 교육에 대한 보완 방안도 제시됐다.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미국에선 컴퓨터 과학은 매우 인기 있는 선택과목으로 일부 고등학교에선 대학교 3학년 수준까지 교육한다"며 "고등학교 시절부터 원하는 학생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화 기자 / 정동욱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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