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의 매각 작업이 가격협상 과정에서 다소 진통을 겪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아랍계 가전업체인 엔텍합그룹이 우발채무 등을 감안해 인수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단은 가격을 깎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 대우일렉 주인 찾기가 내달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엔텍합은 대우일렉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인수 가격을 당초 제시한 6천50억원에서 15% 깎자고 제안했다. 채권단과 엔텍합은 양해각서(MOU)를 맺을 때 인수 가격을 최대 15%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엔텍합은 대우일렉의 정밀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발견됐다며 인수가격을 조정 가능 폭만큼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난색을 보이자, 엔텍합은 최근 새로운 협상안을 내놨다. 인수 가격은 우선 5%만 깎고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인수자금은 1년간 계좌에 예치하고서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인수자가 가져가도록 하자는 게 주 내용이다. 채권단과 엔텍합은 오는 28일께 만나 협상할 예정이다.
엔텍합측 인수주간사 관계자는 “실사를 해보니 우발채무가 발견돼 이번에 모두 정리하고 가자고 채권단에 제안했다”며 “당장 인수 가격을 15%까지 깎자는 것은 아니어서 채권단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채권단협의회에서 75%의 동의를 얻으면 이르면 8월 초께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서 가격 조정 등에 대한 이견이 있어 아직 장담하기엔 이르다. 더구나 대우일렉 매각 작업은 과거에도 최종 협상과정에서 매각 조건에 대한 이견 등으로 세 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을 위해서는 가격을 깎아주더라도 빨리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들이 보유 지분 등에 따라 입장이 달라서 가격을 깎자는 데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확한 협상 조건을 보고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일렉은 옛 대우전자 시절인 1999년 8월부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통해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일렉 지분 97.5%를 보유한 채권단은 지난 1월 대우일렉의 매각작업을 재개해 4월에 엔텍합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를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