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에너지, 삼성SDI가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중대형 2차전지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격돌할 태세다.
이미 성숙한 노트북ㆍ휴대폰용 소형 2차 전지와 달리 판로가 불확실했던 중대형 2차 전지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전기차 양산 정책을 펴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보급대수가 2013년 330만대, 2015년 460만대로 급증할 경우 2차 전지 시장은 2015년 1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회사는 앞다퉈 중대형 2차 전지를 상업 생산하기 위한 대형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세 회사 모두 중대형 2차 전지의 본격적인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초기 단계의 대결에선 LG화학이 투자ㆍ생산 규모나 시장 전망 면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다.
LG화학은 지난해 기공한 오창공장에 2013년까지 모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오창공장에선 아반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기준으로 연간 50만대 규모의 2차 전지를 생산 중이고, 2013년 완공되면 생산규모가 4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 15일엔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의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총 3억 달러를 투자해 2013년 완공을 목표로 GM에 공급할 중대형 2차전지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LG화학은 이곳에서 2012년 3월부터 전기차용 2차 전지를 상업생산하기 시작하고 2013년까지 연간 기준으로 6만대에 장착할 분량의 2차 전지 생산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아반떼급 하이브리드차로 환산하면 최소 90만대 이상 규모다.
LG화학이 공급 계약을 맺은 자동차 회사는 모두 7곳이며 올해 말까지 2∼3곳과 추가로 공급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최근 투자설명회에서 전기차 수요가 많은 유럽에도 2차 전지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SK에너지는 충남 서산산업단지의 23만1천㎡(약 7만평) 부지에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2012년 완공될 이 공장에선 연간 아반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기준으로 50만대(500㎿h)에 장착할 수 있는 2차전지가 생산된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5월 말 대전시 유성구 SK에너지 기술원에 연 생산량 100㎿h 규모의 전기차용 2차전지 1차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현재 SK에너지는 현대기아차 등 2곳과 전기차용 2차 전지 공급계약을 맺었다.
소형 2차 전지 시장에서 앞섰던 삼성SDI도 독일 보쉬와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에 2차전지 납품계약을 맺고 올해 안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LG화학이 앞서는 상황"이라며 세계적인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국내 세 재벌그룹 간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