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도브비누의 사례가 반드시 오래전 남의 나라 얘기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성공한 실패’들이 꽤 많다. 바로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수요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는 상품들이다. 이런 경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부터 들어온다. 회사 입장에선 자다가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기업의 노력과 무관하게 상품의 성공과 실패는 소비자가 좌우한다.
아이디어 상품 쇼핑몰 SHOOP(http://www.shoop.co.kr)의 조언으로 ‘엉뚱한 소비자’가 회사 대신 홈런을 쳐준 상품들을 소개한다.
◆대테러용 제품이 안방 진드기 해결사…’퓨라이트XD’
미국에서 9•11테러 때 탄저균 살균용으로 개발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만들었다. 미국질병통제센터에서 45년 이상 추천된 살균방법을 채택해 바이러스, 박테리아 99.9%를 10초만에 살균해준다. 그런데 진드기 퇴치에 이만한 게 없다는 시장의 반응이 있은 뒤 매출이 급증했다. 지금은 진드기퇴치 제품의 대명사다. 방망이 모양의 자외선살균기인데 들고다니며 원하는 곳에 쉽게 비출 수 있다. 침구류나 작은 물건들 뿐 아니라 거실 소파, 부엌 싱크대, 화장실 변기 등 세균 번식이 의심되는 장소에 사용한다.
◆전자사전에 묻혔던 번역 학습기…`딕쏘 DX3`
키보드가 없고 눈이 달려 있어서 모르는 단어 위에 갖다 대고 누르면 번역해주는 제품. 그런데 제조회사에선 “클릭하면 찾아주는 전자사전”이라고 홍보했다. 전자사전이라고 했으니, 다른 수많은 사전류에 묻혀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번역기로 좋다”고 소문이 났다. 원문에 대고 쭉 읽다가 막히는 단어를 클릭하면 찾아주니 문맥이 끊기지 않고 술술 번역이 된다. 값비싼 학습기에나 있는 영어 학습용 콘텐츠도 들어 있어서 학습기도 된다.
◆피부마사지기에서 비염치료기로…`뉴코쎈`
뉴코쎈은 립스틱처럼 생긴 진동발생기다. 스위치를 켜면 강력한 진동이 생기는데, 이것을 코 주위 영향혈에 갖다 대면 알레르기비염증상이 사라진다.
원래는 얼굴이나 피부를 마사지해 고운 살결을 유지해주는 피부마사지기 용도로 개발됐다.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해 하루에 고작 몇 개만 팔렸다. 어느 날 “써보니 알레르기성 비염이 사라진다”는 사용후기가 올라오면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금까지 10만개 이상 팔렸다고 한다.
◆명품빗에서 탈모관리필수품으로…`미소빗’
원래 평생 지니고 쓸 만한 고급 천연소재빗으로 나왔다. 흑단, 유창목 등 천연 희귀목을 정밀가공했다. 그런데 미소빗(www.goodmiso.com)을 써본 고객들로부터 “빗으면 머리가 개운해지고 머리카락도 새로 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빗은 머리카락을 빗는 것인데, 두피를 열심히 빗어본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 여러종류가 있는데, ‘귀빈빗’은 두피마사지효과를 극대화게끔 4열로 된 브러시형태로 진화했다. "머리를 잘 빗기만 해도 탈모관리가 된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풀HD 포켓형 캠코더…`F500HD`
블랙박스 업체가 만든 캠코더다. 당초 업체에선 프리미엄급 블랙박스 시장을 겨냥했는데 캠코더 시장에서 매출이 터졌다. 블랙박스에 쓰는 화상압축기술과 800만 화소 (1920 X 1080) 동영상을 초당 60프레임으로 찍는 풀HD 캠코더가 합쳐진 제품인데 포켓형 캠코더보다 더 작고 예쁘다. “블랙박스용으로 샀다가 오히려 캠코더로 더 요긴하게 쓴다”는 게 소비자 반응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한승작 객원기자 ebizwi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