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모바일 인터넷전화 주목

휴대전화와 인터넷폰의 본격적인 동거(同居)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국내외 이동통신 업체들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달리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음성통화 매출 감소를 우려해 스카이프(Skype)를 비롯한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막아 왔지만 최근들어 이 같은 자세를 180도 바꾸고 있다. 가입자를 지키면서 데이터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면 인터넷전화를 많이 써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의 이러한 방향 전환은 유선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저렴한 통화료로 무장한 인터넷전화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27일 통계서비스 인스탯에 따르면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급속도로 대중화해 오는 2013년에는 전 세계 이용인구가 2억8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14년까지 모바일 인터넷전화 트래픽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1위 이통사인 SK텔레콤이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선보인 것은 이러한 흐름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사례다.

SK텔레콤은 지난 14일 KT의 와이파이 무료제공 스마트폰 요금제에 맞서 월 5만5천원에 인터넷전화까지 쓸 수 있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발표했다.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구축한 이통망에 인터넷전화가 무임승차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기존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망 부하가 커지면 데이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스마트폰 시대의 시장 수요를 한 걸음 앞서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폰을 도입한 KT 역시 3G 망을 이용한 스카이프 사용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내보다 앞서 미국 1,2위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AT&T가 자사 정액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3G 망을 이용한 스카이프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AT&T가 스카이프를 허용하자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뒤를 이었다.

이통사들의 이러한 조치에는 당분간 인터넷전화가 품질면에서 휴대전화 음성통화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통화권역이나 통화품질, 주소록 및 SMS 활용 등에서 휴대전화보다 불편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신 스카이프 앱의 경우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려면 대기 상태로 항상 유지해야 하는데 배터리가 빨리 닳는 약점을 드러냈다.

이통업계는 휴대전화 음성통화량 자체가 줄고 있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음성통화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E메일, SMS 등 문자 중심의 소통을 점점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모바일 인터넷전화 시장이 확대될 여지는 줄어드는 셈. 오히려 이통사로서는 페이스북 같은 SNS 플랫폼을 경계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43% 급증한 가운데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 데이터 이용비중이 55%를 차지해 음성통화를 추월한 것으로 집계돼 이를 뒷받침했다. 모바일 인터넷 강국인 일본은 이동통신 데이터 이용비중이 90%를 차지해 유선 인터넷 이용량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통사들은 더 나아가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새로운 수익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부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예컨대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음성메일, 통화내용 번역 및 자막 서비스, 지도 및 사진 전송 등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데이터 통신요금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스카이프의 라이벌업체인 프링(fring)은 ’O2’와 ’A1’ 등 글로벌 이통사들과 부가서비스 개발을 위한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와이파이망을 이용한 모바일인터넷전화 통화가 늘면 이통사의 데이터트래픽 부담은 완화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음성통화 트래픽을 분산하면 4세대(G) 망 투자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카이프, 프링, 보니지(Vonage),모비복스 등 수십종에 이르는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향후는 이통사들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4G 이통망이 확산되면 통화품질 확보를 위해 접속료를 내고 데이터망을 빌려쓰는 모바일 인터넷전화 업체도 나올 수 있다”며 “휴대전화와 인터넷폰은 상호 보완적인 서비스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