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의 MB에 대한 무언의 하소연(?)’
정부 및 정치계가 연일 ‘대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그동안 상생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을 제시하고 나섰다. 재계는 또한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상 파악을 통해 문제점을 적극 해명한다는 자세다.
◇대기업 경기도 불황(?)=경제단체들이 27일 발표한 자료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경기전망지표다. 매출액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8월 100.7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다. BSI전망치는 기업이 느끼는 당시의 체감경기로, 수치만을 봤을때 기업들은 작년 8월 수준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는 셈이다. 문제는 두드러진 하락세다. 작년 9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올 3월에는 116.2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7월 107.3으로 주춤했다가 다시 내달 전망치가 큰 폭 하락했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이날 보도자료 제목을 ‘하반기 기업 경기, 빨간불?’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정했다. 전경련은 자료에서 △미국경제 불확실성 △중국의 긴축정책 △유럽국가 재정위기 장기화 등 G3리스크를 들었고, 국내적으로 △기준금리 상향조정 △건설 및 부동산 경기부진 △가계 부채 증가 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담았다.
◇중소기업 지원 성과=전경련은 이날 산하의 중소기업협력센터를 통해 최근 6년간 중소기업 3000여곳을 자문했다는 성과보고서도 함께 발표했다. 이 기간 전직 대기업 경영진으로 구성된 자문봉사단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650건의 경영자문과 애로사항을 해결,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이날 서울가든호텔에서 경영자문 봉사단 발족 6주년 기념회와 함께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채용 흐름도 상승세=상공회의소도 이날 500대기업이 ‘하반기 4.1% 신규채용 늘린다’는 조사 자료를 내놓았다. 청와대에서 정부 정책으로 수혜를 보고 투자와 함께 고용도 안한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성 자료인 셈이다. 상의가 인크루트와 공동으로 조사한 것으로 500대기업의 하반기 채용 예정규모는 1만3475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1만2944명에 비해 4.1% 늘었다. 상의는 자료에서 지난해 말 조사 당시 이들 기업들이 올해 채용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늘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의 관계자는 “작년 말 조사에서는 올해 작년대비 5.6%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 흐름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실태 조사=재계는 이와 함께 최근 거론되고 있는 문제의 실상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필요에 따라 건전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역할도 할 계획이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네트워크 경쟁시대로 혼자서는 안된다. 대기업은 상생협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세간에 나오는 납품단가들의 문제가 대기업과 직접 거래관계에 있는 (1차)협력사 문제인지 아니면 협력사와 2·3차 협력사간의 문제인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소기업 가운데 일부는 재무구조도 좋은데 반해 상당수는 어렵다. 중기내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이 있지는 않은지 중소기업 생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휴가철이 끝난 8월부터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계는 이같은 대기업들의 반응에 경기를 이유로 여론몰이를 해서는 안된다며 부정적인 시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상생위원회를 만들어놓고서는 한차례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며 “대기업이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면 그것이 아래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번 기회에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전경련 종합경기 BSI 추이
*자료:전경련
*자료:상공회의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