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가격폭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금융자동화기기(ATM) 업계가 위기 탈출을 위해 소프트웨어(SW) 파워를 높이고 수출을 늘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연간 ATM 입찰이 일단락되면서 사실상 올해 내수 사업은 마무리됐다. 업계 숙원이었던 국산 ATM을 공급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은행의 최저가 입찰과 업계의 과당경쟁 속에 가격이 폭락,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시중은행 ATM 입찰 낙찰가는 불과 수개월 사이에 30% 가량 떨어졌다. 1년 전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한번 떨어진 시장 가격이 다시 오르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업계는 올해 사업을 뒤로 한 채 SW 역량 강화와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섰다.
노틸러스효성(대표 류필구)은 SW 파워 향상과 고객 서비스 강화를 과제로 내세웠다. 차별화된 SW 개발로 ATM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별도의 금융솔루션도 개발할 계획이다.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서비스도 강화, ATM 판매시 부족한 수익을 사후에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손현식 부사장은 “해외 ATM시장에서는 SW 가치가 20%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ATM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과 미들웨어의 제값을 받지 못했다”며 “차별화된 기능을 더해 SW 매출 비중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LG엔시스(대표 정태수)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북미, 동유럽 등에서 수출 확대에 주력한다. 정태수 사장은 “국내 시장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수출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시스는 올해 수출액을 지난해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ATM 연구조직도 일부 개편했다. ATM 모듈별로 이뤄진 연구팀을 하나로 통합, 효율화와 시너지 효과를 꾀했다.
청호컴넷(대표 지창배·강대영)도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해 해외영업 담당 임원 추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청호컴넷은 수출액을 지난해 120억원에서 올해 35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업계의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얼마나 빨리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SW파워를 높이는 것은 짧은 시간에 이루기 쉽지 않고 해외 사업 역시 NCR, 윈코 등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지만 일시에 분위기를 바꿀 혁신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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