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립된 중국 전자재료 전문기업 `카이신썬(凱□森)`그룹은 최근 LCD 광학필름 마케팅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 엔지니어들을 모집 중이다. LCD용 광학필름 생산라인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인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카이신썬은 이 부분에 선도기술을 가진 우리기업을 대상으로 제품개발·마케팅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광학필름 부문 중국발 `기술유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이신썬그룹은 중국 상하이 진샨구에 132만2314㎡(40만평) 규모의 용지를 마련하고 LCD용 광학필름 라인 8개를 구축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공사를 마무리한 뒤, 연말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6개 라인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공격적으로 생산시설을 확장 중이다. 1개 라인당 매월 20만㎡ 규모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생산규모는 최소 월 280만㎡에 달하게 된다. 이는 올해 기준 세계 광학필름 출하량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280㎡를 모두 42인치 TV용 제품으로 환산할 경우 월 400만개 안팎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카이신썬그룹이 이 분야 핵심 기술을 확보한 우리 기업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스카우트에 나섰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카이신썬그룹이 광학필름 개발·마케팅 분야에 국내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경력 직원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직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스카우트 과정에서 기술유출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국내 업체의 방어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중소 광학필름 업체 A사 영업 담당 간부가 카이신썬그룹의 영업담당 임원으로 이미 영입됐다. 이외에도 다수 인력들이 이 회사로 옮겨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사 외에도 또 다른 광학필름 업체 B사에서도 다수 인력들이 스카우트돼 최소 12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영입되거나 입사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광학필름 업계가 보유한 노하우·기술들이 유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LCD 후방산업이 취약한 국내 업계서 광학필름은 그나마 토종 업체들이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라며 “카이신썬그룹이 국내 우수 인력들을 흡수한다면 향후 업계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학필름 분야는 국내 1·2위 업체인 신화인터텍·미래나노텍이 올해 각각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할 정도로 급성장한 분야다. 신화인터텍과 미래나노텍은 각각 30개·18개 라인을 가동 중이다. 카이신썬은 회사 설립 2년 만에 기존 업체들 점유율을 잠식할 만한 수준까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광학필름 분야 후발주자인 카이신썬은 우선 대만 최대 LCD 업체인 AU옵토일렉트로닉스(AUO)와 중국 현지 업체인 BOE-하이디스 등을 고객사로 공략할 예정이다. AUO는 미국 3M·대만 `이펀`으로부터 광학필름을 공급받고 있으며, 미래나노텍에서는 모니터용 제품을, 신화인터텍에서 TV용 제품을 각각 구매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정부도 카이신썬그룹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LCD용 후방산업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