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산업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사활`을 걸 단계는 아닙니다.”
글로벌 조명업계 `빅2` 기업인 오스람코리아를 맡고 있는 최성순 사장은 LED 조명 `속도조절론`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오스람은 기존 조명업계 선두이자 조명용 고휘도 LED 칩 출하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LED 칩 가격·성능 면에서 LED 조명의 상품성은 아직 크게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기존 조명 가격 대비 최소 2~3배 정도까지 가격이 떨어져야 LED 조명이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지식경제부에서 한국산업규격(KS) 제정을 추진 중인 직관형 형광등 대체용(G13) LED 조명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최성순 사장은 “현재 G13 LED 조명 1개당 가격이 10만원 안팎일 정도로 고갚라며 “소비자들은 값비싼 LED 조명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새로운 구동 시스템을 설치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표준원이 기존 재래식형광등 시스템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호환형 G13 LED 조명`을 KS로 제정하려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입장인 셈이다.
한편 오스람코리아는 글로벌 조명 업체들 중에는 유일하게 국내에 자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내외 조명 업체들이 중국·인도 등으로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것과 달리 오스람코리아는 경기도 안산 공장에서 컴팩트 형광등·방전등을 자체 생산한다. 전 세계 50여개 오스람 생산 시설 중 생산액이 5위 안에 들 정도로 한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도 높다.
“현재 기술·가격 수준에서 LED 조명이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할로겐·백열등 대체용 정도입니다. 그러나 국내 조명문화 특성상 할로겐·백열등을 사용하는 건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김기정 GE라이팅코리아 사장은 전력사용량이 낮은 저출력 제품부터 고출력으로 LED 조명 시장을 점차 넓혀가야 한다는 `단계론`을 제시했다. LED 칩 사용량이 많은 고출력 제품의 경우 기존 재래식 조명과의 가격차가 지나치게 크게 벌어져 교체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사장은 “지금도 LED 가로등·보안등·형광등처럼 고출력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전기요금 절감분으로 교체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소요된다”며 “반면 할로겐·백열등은 지금 당장 교체해도 수년 내에 초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LED 조명 KS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빛의 밝기와 효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사장은 “에너지 절감이 LED 조명 보급 목적인만큼 1와트(W) 당 밝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보안등의 경우 `균제도` 기준 등 빛의 품질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제도는 빛이 얼마나 넓은 영역에 고르게 조사되는지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연말께나 LED 보안등 KS 인증 항목에 균제도 기준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편, GE라이팅은 국내 LED 가로등·보안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년께 KS 규격에 맞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KS 특성에 맞게 기존 제품보다 1W 당 광효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