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e잉크 기반 전자책 사업 왜 포기했나

삼성전자는 그간 e잉크 기반의 전자책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포기를 고민해왔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내놓은 `SNE-60/60K` 가격은 42만9000원이며, 유통시장에서 할인 폭이 커져 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해외 주요 전자책이 20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애플 `아이패드` 출시 후, 아마존 `킨들`과 반즈앤노블 `누크` 등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들은 떨어진 단말기 가격을 콘텐츠 판매로 보완할 수 있지만, 반면 단말기만을 제작·판매하는 삼성전자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 특히 부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e잉크 패널은 아이리버와 인터파크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삼성전자는 올 1월 `CES 2010`에 선보인 9.7인치 e잉크 패널 탑재 제품을 700달러에 출시하려던 계획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활성화하지 못한 국내 전자책 시장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인터파크는 `비스킷` 출시 당시 올해 국내 전자책 판매량을 최고 20만대로 예상했지만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3만대 미만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대신 삼성전자가 콘텐츠 유통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의 전자책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e잉크 기반 단말기보다 LCD 단말기가 더욱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중요 잣대가 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교보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앱)이 탑재된 갤럭시S가 출시된 후, PC를 통한 전자책 구매고객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탭을 출시하면서 애플 `아이북스`와 유사한 형태의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이트도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다만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수급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전자책 업체들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마트폰과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전자책 시장은 대기업 중에서 KT가 이미 진출했으며, 인터파크의 비스킷을 비롯한 다양한 중소업체가 포진하고 있다.

강병준기자·박창규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