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런던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예약 건수 중 취소 전화 없이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30%에 이르렀다. 무단 예약 취소 때문에 예약을 더 받을 수 없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던 레스토랑 사장은 긴긴 고민 끝에 간단한 조치 하나로 무단 취소 비율을 10%까지 낮췄다. 그는 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사장은 문제의 핵심이 예약 담당 직원의 전화 응답 방식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약 담당 직원은 늘 예약 전화 말미에 “계획이 바뀌면 전화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장은 그에게 “계획이 바뀌면 전화해주시겠어요?”라고 물은 뒤 잠시 기다리라고 주문했다. 작은 차이지만 무단 취소 비율은 20%나 줄어들었다. 사람은 질문과 답을 통해 자신의 행동 기준으로 삼을 심리적 좌표를 얻는다. 사장은 이 점을 꿰뚫었던 것이다.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은 하루에 400번 이상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현대인을 위한 설득의 기술을 다양한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8개 부분으로 나눠 `찰나`의 `반전설득`의 힘을 설파한다. 상대방의 정신적 보호 장치를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반전설득은 전화 한 통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수백 명의 고객을 만들고, 건물 옥상에서 자살 시위를 하던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내려오며, 생각지도 못한 곳에 헌금하게 하는 등 극한 상황에서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게 한다.

저자는 특히, 단순성(simplicity),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생각(perceived self-interest), 의외성(incongruity), 자신감(confidence), 공감(empathy)의 다섯 가지 설득 덕목으로 매력적인 설득 방법을 요약한다. 유명 정치인부터 법조인, 사기꾼, 사이코패스, 거지까지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하고 있는 `설득의 대가`들의 노하우도 들려준다. 또 간단한 실험으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설득당할 수 있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만 같은 든든한 우리의 뇌가 얼마나 쉽게 교란당하고 속는지 전한다.

케빈 더튼 지음. 최정숙 옮김. 미래의 창 펴냄. 1만5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