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의 이름으로도 익숙한 아웃백(Outback)은 호주의 오지를 일컫는 말이다. 스바루 `아웃백`은 바로 그런 땅을 잘 달릴 것 같은 4륜구동 `키 높이` 왜건이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볼보 `XC70`과 궤를 같이 한다.
탄생배경도 같다. 스바루가 SUV를 만들 여건이 안되었던 시절, 큰 돈이 될 미국의 SUV시장을 두고만 볼 수가 없어서 레거시 왜건을 터프하게 꾸며 내놓았던 것이 시초다. 90년대 중반에 처음 나왔고, 스바루의 국내 진출과 함께 들어온 이번 모델은 4세대에 해당한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입지를 제대로 다졌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SUV 타입인 `포레스터`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스바루 차가 바로 아웃백이다. 세단인 `레거시`나 국내 마니아 층의 관심이 높은 `임프레자`의 판매를 모두 합쳐도 아웃백 만큼이 안 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실내는 큼직큼직하니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인상이다. 본래 태생이 레거시의 왜건 버전을 바탕으로 한지라 운전석 부근이 레거시와 동일한 것은 당연하다. 대신 차의 바닥부분이 7㎝나 더 높기 때문에 `올라탄다`는 느낌이 강하다. 껑충하게 높아진 운전석 위치만큼, 시야도 어지간한 SUV가 부럽지 않다.
외관상의 터프함도 마찬가지다. 최저지상고가 높아 보이는데다 등산화의 바닥 홈 마냥 박력 있는 프로텍터 장식을 두른 효과 덕분에 험로를 달리는 차로서의 이미지는 포레스터보다도 강하게 다가온다. 뒷좌석은 머리공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레거시보다도 여유롭게 느껴지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커버로 가려진 적재함은 널찍하고 반듯하다. 기본 용량이 526리터로 골프백 4개를 넣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왜건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보닛을 열어보면 엔진커버 아래로 펑퍼짐하게 드러누운 실린더 블록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직으로 서있거나 V형으로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누웠다. 6개의 실린더가 수평으로 3개씩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 스바루 외에는 포르쉐에서나 볼 수 있는 수평대향 `복서` 엔진이다. 260마력이라는 성능 수치 자체는 3,600㏄급의 배기량에 비해 특별하지 않지만 엔진의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운동 성능 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명콤비를 이루는 것이 스바루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기술적 특징인 좌우 대칭형 4륜구동(AWD) 시스템이다. 평상시 두 바퀴만 구동하다가 어느 쪽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4륜 구동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앞쪽에 45, 뒤쪽에 55의 비율로 구동력을 배분해 기계적 성능이 높다.
평상시의 주행안정성은 물론 험로주파력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만드는 이러한 특성과 함께, 아웃백이 가진 22㎝의 최저지상고는 실용적인 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레거시 3.6과 동일한 엔진, 변속기, 그리고 동일한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레거시가 갈 수 없는 길을 아웃백은 간다.
일상에서는 여유로운 힘을 바탕으로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고, 항상 네 바퀴를 굴리니 연비 면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심적으로 든든하다. 울퉁불퉁한 길에서의 주행까지 감안했을 하체는 다소 출렁이는 편. 안전을 고려해 최고속도는 200㎞/h에 못 미치도록 제한해두었다. 공인연비는 레거시 3.6과 동일한 9.1㎞/ℓ. 가격은 4790만원으로, 스바루의 국내 라인업 중 가장 비싸지만, 아웃백은 스바루의 종합선물 세트 격이라는 점에 밑줄을 긋고 싶다. 엔진배기량을 낮춘 아웃백 2.5는 이보다 500만원이 저렴하다.
※ 자세한 시승기와 사진은 http://www.rpm9.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 민병권 기자 bkmin@rpm9.com
사진 /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