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에는 쏘나타 값이 지금 제네시스 값만큼 하겠네요. 그땐 또 그러겠지요. `물가가 올라서` `품질이 좋아져서`라고. 현대차 정신 차려야 합니다."
지난해 9월 국내 자동차 포털 사이트 `보배드림` 게시판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이다.
YF쏘나타의 가격이 공개된 직후 파격적인 디자인보다 더욱 이목이 집중된 것은 바로 가격이었다. 구형보다 평균 155만원, 최대 220만원 올랐다.
당시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대해 현대자동차 측은 "가격을 올렸지만 (내용을 보면)올린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기존 75만원짜리 옵션이던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기본으로 탑재되는 등 다양한 성능이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에 그 가치를 따져볼 때 올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불만은 쏘나타 출시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가격"이라면서 "특히 젊은층에서 가격 저항이 심하다"고 말했다.
쏘나타 2.4모델(최고급형)의 판매 가격은 3000만원으로 동급으로 비교되는 도요타 캠리 2.5모델(3490만원)이나 혼다 어코드 2.4모델(3590만원)과 불과 490만~59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고급형 모델에 적용된 사양가치를 감안하면 600만~800만원가량 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가격 불만은 쏘나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모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얘기다. 현대차의 연도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살펴본 최근 5~6년간 현대차 주요 모델 가격 상승폭은 20%를 넘나들었다.
예컨대 2009년에 나온 쏘나타 Y20 프리미어 고급형 가격은 2490만원으로 모델 변경 전인 2008년 쏘나타 N20 프리미어 블랙 고급형 2356만원보다 134만원(5.7%) 올랐지만 5년 전 같은 모델은 2060만원이었다. 20.8% 오른 것이다.
베르나의 2009년형 1.4DOHC(트렌디) 가격은 991만원. 2005년엔 85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가격이 16.6%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평균 3%였다.
승용차 부문 생산자물가지수가 2005년 100(기준)에서 2009년 110.9로 오르긴 했지만 공산품 전체 상승률보다 낮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차값 상승폭은 상당했다는 지적이다.
국산차의 가격 상승 추이를 연구해온 한 연구기관 전문가는 "현대차는 모델 풀체인지 때는 물론이고 연식 변경을 이유로 매년 가격을 크게 높여 왔다"고 진단했다.
수출 가격과의 여전한 격차도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회사원 황 모씨(46)는 "그랜저(미국명 아제라) 3.3 기본형을 사서 귀국한 것이 가장 잘한 일 같다"고 말했다.
2009년형 미국 수출용 그랜저에는 TPMS(타이어공기압 자동감지 시스템) 같은 기능뿐만 아니라 사이드커튼 에어백까지 기본으로 장착돼 있으면서도 가격이 2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환율을 감안할 때 내수형 모델보다 옵션이 많은데도 가격이 1000만원 가까이 싼 것이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현대차의 입장은 단호하다.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만큼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도 "현대차 품질에 따른 실제 가격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인지 가격은 크게 차이가 있다"면서 "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현대차의 가격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현대차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감안한 미세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다음달 1일 내놓는 신형 아반떼의 가격 인상폭도 예상보다 줄였다. 고급세단 제네시스도 옵션 몇 가지를 조정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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