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책임자이자 반도체 물리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 알페로프 교수(80)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그가 총장을 맡고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과 건국대학교가 27일 체결한 상호 교류협정 조인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오찬에서 황창규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과 만나 한국과 러시아 간 첨단 기술 분야 연구협력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알페로프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자문위원직을 승낙했다.
황 단장은 "알페로프 교수가 한국의 R&D 전략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언해주기로 했다"며 "나아가 앞선 과학 기술을 가진 러시아와의 협력을 증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페로프 교수는 "옛 소련 시절 과학이 발달한 것은 국가의 투자로 이공계에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한국에는 삼성이나 LG 같은 세계적인 첨단기업이 있는데 이공계가 위기라니 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과학은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뼈아픈 지적을 했다.
그는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러시아보다 뛰어나다"면서 한국의 기술을 인정했지만 반도체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물리는 러시아가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천기술 개발은 응용과학 분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답변에서도 반도체 물리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의 발전이 집적도 증가를 통해 이뤄졌지만, 실리콘이라는 소재 하에서 집적도 증가는 한계가 있다"며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을 뛰어넘는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페로프 교수는 200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뒤 건국대 석학교수로 초빙됐다. 현재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첨단기술단지 프로젝트에서 과학기술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맡고 있다.
[매일경제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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