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이다. 이런 무더운 날에 더위를 식혀줄 해결책은 바다와 수영장도 있고 팥빙수도 있지만, 어두컴컴한 극장이나 전등을 끈 방에서 보는 공포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비명을 지르고 식은땀을 흘리는 와중에 더위는 싹 가신다.
공포상황에서 인간의 뇌 반응은 우선 시상에 영상정보가 전해진다. 시상은 이를 편도체와 시각피질에 곧바로 전달하고, 편도체는 제공받은 공포와 과거의 공포기억을 대조, 시상하부에 그에 맞는 반응을 취할 준비를 하라고 명령한다.
그동안 시각피질은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고차원적 사고처리 작업을 하지만 이 합리적 사고는 편도체의 즉각적 반응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미 신체는 비명을 지르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 앞선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인간의 뇌 반응을 공포영화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사례도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뉴로 마케팅 기업 마인드사인(Mind Sign)사는 기능성 가지공명장치(fMRI)를 이용해 영화 관객의 두뇌를 스캔, 뇌신경 반응을 측정했다. 목적은 영화제작자가 일반 관객에게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예고편을 제작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는 것.
지난해 자신의 신작 공포영화 `팝 스컬`을 fMRI 스캔으로 분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궁금했던 독립영화 제작자인 피터 카츠는 마인드사인의 허바드 사장을 찾아갔다. 그는 fMRI로 뇌의 어느 부분을 스캔해야 인간의 공포에 대해 알 수 있을지 논의했다. 이 때 거론된 부위가 편도체다. 많은 연구에 의해 편도체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반응, 특히 공포를 주관하는 뇌 영역임이 과학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숲 속에서 갑자기 악당이 튀어나오는 장면보다 벽을 따라 살해범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는 영상이 훨씬 강한 편도체의 반응을 불러왔던 것. 최근의 공포영화 조류처럼 갑작스런 놀래킴보다 오싹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자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영화계에서 이러한 뉴로 마케팅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또 관객은 더욱 깊은 공포에 빠져 더한 무더위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