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옆집 따라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의미가 없다.”
스토리지업계 대부이자 다국적 컴퓨팅업계 1세대 CEO로 꼽히는 정형문 전 헤이워드테크 사장이 IT업계에 전하는 일침이다.
정 전 사장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하며 미국 스토리지업체 EMC를 한국 스토리지 시장 1위업체로 안착시켰다. 이후에는 백업복구솔루션업체 에이템포 아태지역 총괄 사장 등을 거쳐 토털IT솔루션업체 헤이워드테크를 직접 설립했다. EMC 시절 관계를 맺은 해외 IT업체 임원들과 지금도 꾸준히 연락할 정도로 해외 인적 네트워크가 강하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 한번의 변신을 준비 중인 정 전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열풍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애정어린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IT업계의 접근방법과 추진전략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사장은 지난 2000년을 전후로 세계 IT 시장을 강타한 `Y2K`를 예로 들었다. “1990년대 후반 모든 IT공급업체는 Y2K 관련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수요자 역시 반드시 Y2K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공급하거나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공급업체와 수요자 모두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정 전 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21세기 IT분야에서 빼놓을 없는 핵심 기술이지만 IT공급업체와 수요자 모두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사업을 하지 않으면 시장경쟁에서 뒤쳐질 것 같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지 않으면 기업의 IT경쟁력이 퇴보할 것 같다`식의 단순한 접근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IT공급업체는 기존 사업기반 위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연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포인트를 찾아야 합니다. 수요자는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가장 효과적인 도입방법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해야 합니다. 옆집이 했으니 우리집도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무의미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클라우드 컴퓨팅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으로는 기술력과 비즈니스모델을 꼽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정보기술 요소가 한데 어울려 구현되는 것인 만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타 업체와 차별화되는 나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기업만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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