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연봉 `게릴라형 SW프리랜서` 시대 열렸다

스마트폰 혁명 타고 `1인기업` 우뚝

경기도 부천에 사는 최모(36)씨는 지난해 말 대기업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를 그만 뒀다. 리눅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분야 프리랜서로 변신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최씨는 샐러리맨 시절보다 배 가까이 많은 월 10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올해 연봉도 1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씨는 “임베디드 분야 전문 SW개발자가 희귀해 프리랜서 신분으로도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며 “틀에 맞춰진 생활만 해야 하는 대기업과 달리 다양한 프로젝트를 창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좋다”고 소개했다.

최씨 처럼 한국에도 억대 연봉을 받는 SW 프리랜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SW프리랜서는 프로젝트 하도급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IT업계가 임시 고용하는 게 다반사였다. `발주자→IT서비스업체→SW업체`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서 가장 말단에 위치한 `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혁명에 맞춰 대기업들이 전문성을 갖춘 SW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나서면서 억대 매출을 올리는 당당한 1인 기업으로 변신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SW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1970년대 생인 젊은 개발자로 자바(java), VB, PHP 등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에 능통하다. 이들은 스마트폰·임베디드·금융IT·웹 표준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대학생 시절부터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경험한 `게릴라형` 인재다.

부부 프리랜서인 임재흥, 이영란씨는 코딩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웹표준 부문 전문가다. 임씨는 “나는 현장에서 아내는 재택근무로 동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프리랜서 생활로 맞벌이 부부의 고민인 육아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프리랜서 생활 2년차를 맞은 김모씨(36살 경기도 화성)는 지난해 대형 프로젝트 10여건을 맡아 총 8000여만원을 벌었다.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를 병행하는 개발자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36살의 추모씨는 디바이스 드라이버, 영상처리, 네트워킹 SW 등을 개발하는 12년차의 베테랑이다. 지난해 회사 월급으로 6000만원을 프리랜서 일로 2000만원 가량을 벌었다.

추씨는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SW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프리랜서를 단순한 비용절감차원으로 여겼던 기업의 마인드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폰·안드로이드 개발, 액션스크립터 등 전문가가 많지 않은 분야를 중심으로 프리랜서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억대 연봉 프리랜서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고 인맥에 의존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기업 중 지인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가 48.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1인 기업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연결해주는 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리랜서와 기업을 연결하는 채널이 활성화될 경우 1인 창조기업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프로젝트 수주 시 제값을 받을 수 있게 계약서 관련 법률 서비스 제공 등 세심한 지원책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한다.

민간 부문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은 이랜서(대표 박우진) 등 소수에 불과하다. 공공부문 중 체계적 지원에 나선 곳은 중소기업청이 사실상 유일하다. 중기청은 하반기 중점 과제로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며 다음달 1인 창조기업 앱개발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1인기업 지원제도를 마련중이다.

박우진 이랜서 사장은 “국내 SW개발자들, 특히 프리랜서 중에서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열악한 환경에서 전문성을 쌓은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인력부족으로 애로를 겪는 중소SW기업의 고민을 해결하고 국내 SW업계의 풀뿌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