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회사가 만든 2세대(G) 이동통신용 유럽형(GSM) 모뎀(베이스밴드) 칩세트가 중국 시장에 공급된다. 베이스밴드는 휴대폰 음성과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핵심 반도체다.
엠텍비젼 관계사인 MTH(대표 문황태)는 최근 중국 내 휴대폰 모듈 제작사 두 곳과 자사 베이스밴드 칩세트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부터 양산 공급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이 회사는 올 연말까지는 수천개의 초도물량을 납품하고, 춘절 수요가 일어나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에 나선다.
문황태 사장은 “중국 고객에게 휴대폰 모듈을 직접 만들어서 구동되는 것을 보여주니 바로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 베이스밴드칩 업체가 없어 국내 휴대폰 제조사도 전량 외산 제품을 사용해왔다. 문 사장은 “중국 내 GSM칩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미디어텍을 타깃으로 삼았다”라며 “100나노미터(nm)대 공정을 사용하는 미디어텍 제품에 비해 65nm 공정을 사용하는 우리 제품이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미디어텍의 중국 내 영업방식을 본 따 개별 칩은 물론이고 솔루션도 제공할 예정이다. GSM칩·하드웨어회로도·소프트웨어·부품리스트·부품설명서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이를 제공받은 휴대폰 기업은 사실상 외곽 디자인에만 신경쓰면 된다. MTH는 이와 함께 2.5세대 유럽형 이동통신 GPRS, 2.75세대 EDGE 베이스밴드 칩을 개발하고 이 달 내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국제규격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또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베이스밴드와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하나로 묶은 통합칩도 개발 중이다. 내년 8월에는 2G·3G 듀얼칩도 출시할 계획이다.
문 사장은 “2G·3G 듀얼칩에 이어 내년 말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개발하는 4세대급 롱텀에벌루션(LTE)칩도 출시할 계획”이라며 “2012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TH는 지난 2006년 설립된 회사로,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이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GSM칩을 브라질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주목받았지만 계약 직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터져 공급 계약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 연말에는 LG전자가 21% 지분을 인수했으며 LG전자로부터 3G 모뎀 기술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