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공급사슬을 따라 기초 원자재들이 줄줄이 공급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메이저 2개 업체가 전 세계 생산량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사파이어 잉곳은 좀처럼 수급난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파이어 잉곳 시장에 신규로 진출하려는 국내 업체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제각각 특화된 기술을 통해 양산을 시도 중이다.
3분기 들어 전 세계 사파이어 잉곳 가격은 약 50% 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이는 세계 사파이어 잉곳 출하량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는 미국 루비콘·러시아 모노크리스털이 수요 초과를 이유로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인치 사파이어 웨이퍼 기준으로 500만장에 해당하는 잉곳을 생산한 루비콘은 올해 약 650만장 규모로 생산능력을 증설할 예정이지만 연말께나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노크리스털도 지난해 400만장 규모에서 올해 불과 50만장 증설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양사 모두 지난 2008년까지 극심한 공급 초과 탓에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터라, 투자 여력 또한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파이어 잉곳 국산화 비율을 높이고자 생산량을 늘리거나 신규로 관련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도 부쩍 늘고 있다.
수직·수평온도구배법(VHGF)이라는 독자 기술을 개발한 사파이어테크놀러지는 지난 5월 6인치 웨이퍼용 잉곳 성장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경기도 화성시 발안산업단지에 500억원을 투자해 신규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사파이어테크놀러지가 생산하는 잉곳은 타 업체들과 달리 직육면체로 결정이 형성된다. 웨이퍼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사파이어의 양이 가장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 처음 키로풀러스 잉곳 생산공법을 도입한 아즈텍도 최근 양산을 시작했다. 키로풀러스 공법은 루비콘·모노클리스털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대면적 웨이퍼용 잉곳 생산에 유리하다. 아즈텍 외에도 LG그룹 실리콘 웨이퍼 전문 계열사인 실트론이 이 기술을 이용해 잉곳 생산을 준비 중이다. 아즈텍 홍성윤 상무는 “최근 LED 업체들이 6인치 에피웨이퍼 생산을 준비하고 있어 대면적 웨이퍼용 잉곳이 조속히 공급되야 한다”며 “키로풀러스가 장기간 검증된 기술인 만큼 대면적 웨이퍼 시장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KCC가 `초콜라스키` 방식을 이용해 잉곳 성장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콜라스키 기술은 실리콘 잉곳 생산에 주로 사용됐던 방식으로 미국 하니웰·일본 교세라 등이 이를 이용해 사파이어 잉곳을 생산 중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