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인프라 세계 톱 수준. 수출규모도 전세계 9위. 하지만 전자무역 거래는 세계 30위 수준.`
IT선진국·수출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유독 IT와 수출을 결합한 전자무역에서만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무역 수준의 추정지표로 활용되는 글로벌 B2B 사이트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한국은 지난 3월말 기준 알리바바닷컴 회원 가입기준으로, 11만4300개가 등록, 전 세계 26위에 올랐다. 회원 수는 전체의 0.9%에 불과하다. 중국에 기반을 둔 알리바바닷컴은 전 세계 1위의 글로벌 B2B거래 사이트로 꼽힌다. 또 다른 유력 글로벌 전자거래 사이트인 글로벌소시스에서도 우리나라는 28위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B2B 마켓 플레이스업체 EC21의 권태경 사장은 “세계 각국 중소기업들이 인터넷 무역으로 수출선을 확보하고 고용 확대까지 이뤄내고 있지만, 불행하게 인터넷 무역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는 `IT강국 코리아`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인도·중국 등”이라며 “해외 출장이나 전시회에 참가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 인터넷 접속만으로 제품을 알리고 바이어와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전자무역이 부진한 것은 언어장벽과 기업체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국내기업 글로벌 전자상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가운데 75.1%가 이베이나 아마존 등 글로벌 오픈마켓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수출강국으로 자리잡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수출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발굴과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2008년 기준 중소기업청의 주요 수출지원사업 예산은 1219억7000만원에 달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전자무역 수출지원 부문은 27억9000만원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했다.
반도체·전자부품 온라인 거래를 주사업으로 하는 홍미희 사이버디스티 사장은 “온라인을 통해 해외 거래선을 조사·확보한 후 오프라인 접촉을 늘려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수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며 “온라인 수출 성장 잠재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적절한 정책적 자원이 맞물린다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전자무역 강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우리나라 IT, 수출, 전자무역 수준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