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가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를 해체하고 일부 연구기관을 독립법인화 하는 내용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조직개편 방향을 확정지었다. 청와대와 각 부처는 출연연과 과학기술계의 민심을 파악한 뒤 이를 최종안으로 확정,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1일 청와대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100명 정도가 상주하는 사무국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또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는 폐지하는 대신 이들 출연연을 일부는 각 부처 직할로 이관하고, 나머지는 주요 기관은 별도 법인으로 존속시키기로 정했다. 청와대는 출연연 이관 및 예산 집행권 등에 대한 조율이 끝나는 대로 이 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출연연 통폐합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던 출연연을 연구회 체제로 바꾼지 11년 만의 일이다.
정부 출연연 개편 방안에 따르면 정부 연구개발 체계는 크게 정부의 연구개발 컨트롤 타워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편 등 3가지 차원에서 진행됐다.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를 맡게 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100명 규모의 전략사무국을 두고, 정부의 각종 연구개발 및 중장기 과학기술 연구개발계획 등을 수립하게 된다. 당초 민간이 요구했던 국과위 전략사무국 인력이 600명 선에서 대폭 줄었지만, 각 부처 및 출연연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실질적인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과거 과학기술혁신본부처럼 예산권까지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향후 위상과 관련한 논란이 예상된다.
출연연 조직은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를 모두 해체하고, 단일법인화에 초점을 맞춰 지배구조를 개편한다.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13개 연구기관은 교과부 산하로 이관한다. 대부분의 출연연은 해체한 뒤 단일법인으로 통합한다. 거대과학에 속하는 우주항공 및 원자력부문은 중장기 연구개발 중요성을 고려해 별도 법인으로 남게 된다. 지원기관인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및 KISTI는 통합한 뒤 하나의 법인으로 재설립한다.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13개 기관 중 생산기술연구원은 단일법인으로 지경부 직할로 두기로 했다. 나머지 출연연은 단일법인으로 통합시키되, 법안 산하에 9개의 연구소로 운영하기로 했다. 식품연과 건기연 일부 연구소는 해당 부처로 이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출연연이 요구하던 연구원 정년을 62세로 과감하게 연장하는 등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주기로 정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일과 3일 대덕의 출연연을 방문해 마지막으로 민의를 수렴한 뒤 최종안을 만들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개정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법안이 제출될 경우 이후의 모든 신규 과제 선정작업은 과제 정리를 위해 당분간 올스톱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등 일부는 이 같은 조직개편안에 대해 행정조직 연구예산권을 갖지 못한 국과위 위상 하락 및 통폐합 과정에서의 출연연 인력감축을 우려했다.
안종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은 “출연연을 범부처적으로 활용할 일이 많을 것인데 다시 각 부처로 보내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며 “그동안 쌓아온 출연연의 정체성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정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개편 방향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26개 출연연 부처 이관·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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