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경제부처 장관들을 만나 `대기업 압박`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채용 확대를 비롯해 정부 요구에 맞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31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경제위기 때 일등 공신은 대기업"이라고 재계를 달래면서도 "하도급 거래 등 일부 불법 행위를 바로잡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어물전 꼴뚜기`처럼 일부가 대기업 전체를 망신시킨다"며 "수십조 원의 현금이 있으면서 어음으로 결제하는 것은 대기업의 탐욕"이라고 공격했다.
전경련도 정부 압박에 대응 논리를 펼쳤다. 손병두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 겸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기업이 이익을 많이 올렸다고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면 기업들이 어떻게 하겠느냐"며 "기업이 잘한다고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가슴이 아프다는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온기가 윗목(중소기업)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아랫목(대기업)도 아직 뜨거워지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그러나 정부 요구에 부응해 채용ㆍ상생협력 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5개 그룹은 당초 계획보다 채용 규모를 늘려 잡았다.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ㆍ경력직 등을 포함해 총 2만2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초 목표보다 3000여 명 늘어난 규모다. 특히 삼성은 대졸 신입사원을 당초 계획보다 500여 명 더 뽑기로 했다.
LG그룹은 올해 채용 규모를 당초보다 50% 늘렸다. LG는 상반기에 올 연간 채용 목표였던 1만여 명을 이미 다 뽑았고 하반기에 5000여 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콜센터와 기지국 등에서 일하는 중소기업 소속 7800명을 자회사 직원으로 흡수해 지난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문제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 / 김규식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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