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액화프로판가스(LPG)를 기반으로 한 현대ㆍ기아차의 첫 양산형 친환경차 `LPi 하이브리드`가 짧은 수명을 마감할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가 이달 2일부터 신형 아반떼 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구형 외관이 그대로 유지된 2011년형 모델이 최근 시장에 나왔다. 대신 2012년쯤 아반떼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여름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지 1년여 만에 친환경차 전략 수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현대차는 3일 "가솔린 기술을 채택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연말에 출시하는 데 이어 아반떼 가솔린 하이브리드도 출시할 계획"이라며 "시기는 미정이지만 현재 판매 중인 LPi 하이브리드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고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병행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LPi 하이브리드 모델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사 임직원에게는 구매 후 6개월 안에 되팔 수 있는 혜택을 주면서까지 재고 밀어내기에 들어갔다. 통상 사내에서 구매 할인 혜택을 적용받은 차량은 2년 내 재판매가 금지돼 있다.

현대차는 도요타가 선점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특허기술을 피해 대안적 친환경차로 LPi 하이브리드를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1년 만에 시장성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판매한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판매 목표 75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5150대가 팔렸다. 올해는 1만5000대로 목표를 한층 높여 잡았지만 지난 6월 294대, 7월에는 303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2011년형 모델 가격을 전혀 올리지 않은 대신 할인 혜택을 강화해 나오자마자 240만원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3~4월에는 이 모델을 구매한 후 30일 또는 2000㎞ 이내 주행 중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반떼 가솔린 모델이나 i30, 쏘나타 등으로 교환해주는 파격적인 행사까지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비자들이 LPi 하이브리드를 외면하는 것은 비싼 차값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 안팎의 분석.

일단 차값이 가솔린 모델에 비해 400만~500만원가량 비싸다. 새로 개발한 LPG 액화분사 방식 LPi 엔진에다 비싼 리튬 배터리까지 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시 당시에는 ℓ당 750원 선이었던 차량용 LPG 가격이 올해 들어서는 950원을 넘나들고 있다.

무엇보다 "생각보다 연비가 좋지 않더라"는 입소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반떼 LPi 공인 연비는 17.8㎞/ℓ로 출시 당시 휘발유 값으로 환산할 때 ℓ당 39㎞에 육박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10㎞/ℓ 안팎밖에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대차는 올해 말 미국 시장에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재기에 나선다. 가솔린 연료 도움 없이 전기모터만으로도 달릴 수 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4엔진에 30㎾급 모터, 6단 변속기를 달아 힘과 연비를 모두 잡겠다고 공언한 상태. 캠리 하이브리드 연비(18.8㎞/ℓ)보다 높은 20㎞/ℓ 이상에다 최고 속도도 시속 5㎞ 높은 195㎞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는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는 8월 중 소형차 i10 전기차 버전을 30대 생산해 공공기관 테스트에 들어가고 2012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 소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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