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死卽生)의 의지를 배우겠다." 금호타이어가 `기업회생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3일 공시를 통해 박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다음달 14일 소집한다고 밝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이 `백의종군`의 자세로 회사를 살려낸 박병엽 부회장의 경험을 벤치마킹 삼아 금호타이어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병업 부회장은 금호타이어 사외이사 선임이 알려진 직후 매일경제와 전화인터뷰하면서 "채권단에서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팬택의 기업 개선작업을 성공적이라고 판단한 채권단이 노하우를 금호타이어에 전해줄 것을 원했다"고 사외이사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팬택도 아직 기업개선작업 중이어서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채권단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팬택이 2006년 기업회생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5년간 임직원이 혼신의 힘으로 밤낮 없이 일한 끝에 스마트폰 `베가(Vega)`를 내놓고 국내 시장 2위를 기록하게 된 것은 박 부회장의 힘이 컸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 돌입하자마자 당시 보유한 주식과 사재를 모두 내놓고 `백의종군`하며 팬택 회생에만 올인해 팬택을 10분기 연속 흑자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 부회장의 이 같은 `사즉생 정신`과 `노하우`가 금호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팬택 채권단은 지난 3월 박 부회장에게 신주발행 형태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기업개선 우수사례를 만들고자 시도한 바 있다.
이날 금호타이어는 대주주 100대1, 일반주주 3대1의 비율로 차등 감자를 결정했다. 금호타이어는 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4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박 명예회장과 장남 박세창 상무의 지분은 10.96%다. 그러나 100대1로 대주주 차등 감자했기 때문에 박삼구 명예회장의 금호석화를 통한 금호타이어에 대한 영향력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풋백옵션 리스크로 위기에 빠진 데다 완성차 업계의 불황으로 2008년 하반기부터 영업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이후 박 명예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워크아웃 돌입 후 3개월 만인 지난 1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해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실적에 따라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던 박병엽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박삼구 명예회장도 성공적인 회생 여부에 따라 금호타이어 우선 매수권을 부여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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