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일대에서 BMW 미니의 4번째 모델인 컨트리맨을 시승했다. 미니와 SUV의 크로스오버를 표방한 컨트리맨은 유독 숫자 4와 관련이 깊다. 50년이 넘는 미니 브랜드의 역사상 최초로 차체 길이가 4미터를 넘어섰고, 4개의 도어를 달았으며, 좌석도 4개다. 심지어 구동방식에 있어서도 처음으로 4바퀴 굴림 옵션을 마련했다.
외관은 한눈에 미니와 한 식구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기존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마치 미니를 부풀려 놓은 것 같은 인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부드럽고 여성스러웠던 미니의 얼굴이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로 바뀐 점이다. 기존의 미니 팬들 외에도 다양한 고객층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고려한 흔적이다.
다른 미니에서는 뒷좌석에 들어갈 때 앞문을 열고 앞좌석을 젖힌 뒤 몸을 잔뜩 숙여야 했지만, 이제는 여느 승용차처럼 뒷문을 열고 당당히 올라탈 수 있다. `미니`답지 않게 공간도 꽤나 넉넉하다. 뒷좌석은 좌우가 두 개로 독립된 2인승 시트가 기본이지만, 벤치처럼 이어진 3인승 시트도 선택할 수 있다.
미니가 심혈을 기울인 중앙 레일 시스템을 제대로 맛보려면 2인승 시트라야 한다. 앞좌석 사이와 뒷좌석 사이를 관통하는 이 레일은 애초에 설계된 대로만 써야 했던 중앙 콘솔에 대한 통념을 깨고, 사용자가 원하는 구성요소를, 원하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게 했다. 팔걸이, 수납함, 선글라스 케이스, 컵홀더, 가방걸이 등 다양한 부속들이 준비되어있다. 안쪽으로는 무드 조명이 켜지고 조명 색상도 바꿀 수 있다. 트렁크는 언뜻 보기에 그리 넓지 않지만 바닥 아래가 깊숙하고 뒷좌석의 위치를 앞뒤로 조절하거나 등받이를 접을 수 가 있어서 용도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조금 낯설 수 있는 뒷좌석과 달리 운전석 공간은 영락없는 미니로 디자인됐다. 소재가 고급스러워졌고 내비게이션 화면을 아이폰과 연동해 트위터나 웹라디오 등의 기능을 차 안에서 쉽게 쓸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운전석 위치는 기존 미니보다 7㎝가 높아져서 타고 내리기 편해졌다. 그래도 막상 운전해보면 SUV보다는 껑충한 해치백의 느낌이다. 미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운전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엔진은 기존 미니들과 공유한다. 변속기는 6단 수동 또는 자동이고 굴림 방식은 앞바퀴 굴림 또는 4륜구동이다. 시승차는 가장 강력한 쿠퍼S 모델로,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184마력을 낸다. 여기에 6단 수동변속기와 4륜 구동장치를 조합했다.
미니의 수동변속기는 처음 운전하는 차 같지 않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미니의 참 맛은 수동변속기 차량에서 느낄 수 있다는 미니 브랜드 수석부사장의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륜구동 장치는 오프로드 주행보다 오히려 일반 도로 주행에서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미니 쿠퍼S 컨트리맨은 함부르크 시내와 아우토반, 한적한 시골도로, 들쭉날쭉한 비포장길을 가리지 않고 신나게 달렸다. 여전히 재미있으면서도 소음이나 승차감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계기판에 적정 기어단수를 표시해주고 정차 중에는 자동으로 시동을 끄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료도 아낀다.
미니 컨트리맨은 9월부터 유럽에서 시판되며 국내에서는 내년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 동안 갖고 싶었던 미니를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포기해야 했던 이들은 쾌재를 부를만 하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