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날씨가 영 말썽이다. 폭염에 찌는 듯 하더니 어느 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날씨다. 어린이들은 이렇게 날씨가 예측할 수 없을 때 “내일 소풍인데 비 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잠도 못 이루곤 한다.
날씨를 인간 마음대로 조절한다면 이런 걱정은 한시름 놓을 수 있을까.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싶다는 소원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필요할 때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분야에서 특히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강우가 최초로 성공한 것은 지난 1946년 미국에서다.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소가 비행기를 타고 구름 속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했다. 안개가 가득한 곳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렸을 때 작은 얼음 결정이 생기는 데서 착안한 방법이었다. 이 원리는 여전히 계속 유지되고 있다. 현재 기상조절 기술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이스라엘, 태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37개국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공강우는 아직 빗방울이 형성되지 않은 구름에 인공적으로 구름씨가 될 수 있는 물질을 뿌리면서 시작된다. 구름 속에 뿌려진 물질은 구름에 있는 수증기를 물방울로 응결하도록 만든다. 응결된 물방울이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비가 돼 내리게 된다. 인공강우라고 해서 없던 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수증기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구름의 온도에 따라 사용되는 구름씨도 달라지는데 차가운 구름에는 요오드화은(AgI)과 드라이아이스가 많이 사용되며 따뜻한 구름에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염화나트륨(NaCl)이나 염화칼슘(CaCl2)과 같은 흡습성 물질이 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인공강우 실험이 최초로 시도된 때는 1963년으로 양인기 교수 팀이 지상연소실험과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항공실험을 했으나 실패했다. 그 후 30여 년 동안 중단됐던 인공강우 실험은 지역적 가뭄 해소와 수자원 확보를 목표로 1995년 3월에 다시 시작됐다. 1994년부터 요오드화은과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수차례의 지상실험과 공군의 협조에 의한 항공실험이 실시됐다. 그 결과 1996년 초에 실시한 항공실험에서 소량의 강우를 확인하면서 인공강우 연구개발이 박차를 가하게 됐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