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교수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전만큼 정년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교수들을 챙기기보다 교수 탓에 학교가 이 모양이라고 야단만 맞다보니 이직을 결심하지 않았을까요?”
KAIST 교수들이 전하는 KAIST 교수 사회의 요즘 분위기다.
최근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신설만큼이나 이 학과로 KAIST 교수 4인이 자리를 옮긴 것이 화제가 되면서 KAIST교수의 추가 이동 가능성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연임된 서남표 총장이 젊은 석좌교수 신설 및 테뉴어(영년직) 심사 지속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향후 수 년내 KAIST 교수의 이동 폭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KAIST 측에 따르면 KAIST 교수 숫자는 서 총장 취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2006년 말 429명에서 6월 현재 516명으로 약 132명이 늘어났다. 이중 지난해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통합 과정에서 KAIST로 자리를 옮긴 ICU 교수 65명을 제외해도 67명이 늘었다.
그러나 테뉴어 심사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서 총장의 개혁에 100% 공감하기 어려운 교수들도 여전히 많아 좋은 조건을 내거는 타 학교로 이동하는 사례는 현재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KAIST 전산학과 교수 총 5인(성대 소프트웨어학과 4명, 고대 컴퓨터공학과 1명)이 자리를 옮긴 배경에는 서 총장의 개혁 중 특히 ICU와의 통합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과거 소수정예 KAIST 전산학과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했던 교수들이 ICU 통합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성대 소프트웨어학과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제대로 소프트웨어를 해보겠다고 하니 도와줘야 한다는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신규 임용 이후 8년 만에 정년인 65세를 보장받는 테뉴어 심사를 받아야 하는 교수들로서는 과거에 비해 조기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KAIST 총장을 지낸 홍창선 KAIST 명예교수는 “(예전 총장 시절부터)점진적으로 심사를 강화했지만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교수들이 몇 년 재직하다가 계속 남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남표 총장이 우수한 교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면서 그만큼 학교를 나가야 하는 인력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 총장은 현재 23일까지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떠났다. 여름휴가와 인력 채용이 이번 출장의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교수는 성대 이직 사례에 대해 “통상적으로 이직은 있었지만 4명이 한꺼번에 나간 경우는 희귀하다”며 “신설학과의 KAIST 교수 스카우트가 학교에 자극이 될 수 있지만 다만 좋은 인재를 뺏기는 것이라면 대책은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