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전자책(e북)이 삼성전자 등에서 5~6종을 출시했지만 전체 판매량이 5만대를 넘지 않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비싸고 기능도 부족하며 베스트셀러 신간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9월부터 업체들이 전자책 기능을 포함한 태블릿PC(패드)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전자책 시장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NE-60), 인터파크(비스킷), 아이리버(스토리), 네오럭스(누트), 북큐브 등이 전자책 전용 단말기(리더)를 출시했지만 각사별 판매량은 1만대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가 각사에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인터파크, 네오럭스 등은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북큐브는 지난 2월 출시 이후 약 5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밝혔다.
배순희 북큐브 사장은 "북큐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어 단말기 판매 실적이 양호함에도 약 5000대가 판매됐다"며 "국내 전체 시장 규모도 5만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초기 시장 형성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기능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컨버전스(융합) 추세에 따라 최근 디지털 기기는 MP3,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등은 기본으로 탑재돼 출시되고 있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책 읽기 전용임에도 21만~35만원에 판매한다.
또 국내 전자책 단말기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전자책이 많으면 많을수록 초기화면 로딩 속도가 느려진다` `전자책에서 PDF 파일을 볼 때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올라올 정도로 기능도 소비자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읽을 만한 책이 부족하다는 점은 초기 시장 형성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존 그리샴 등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간이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지만 국내에서는 출간된 지 1년 된 책이 전자책 시장에서는 `신간`으로 출판되기도 한다. 아직 전자책 관련 저작권이 합의되지 않았고 합리적인 출판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것이 전자책보다 저렴해 대형 출판사들과 서점이 전자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애플 아이패드 등장 이후 전자책 리더 가격을 내려 시장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 반스앤노블은 누크(Nook) 와이파이(WiFi) 제품 가격을 149달러(약 17만원)에 내놨다. `킨들`을 내놓고 전자책 시장을 선도한 아마존은 지난달 초 `킨들DX` 가격을 489달러에서 379달러로 내린 데 이어 `킨들3` 와이파이 전용 제품을 139달러(16만원)에 내놨다. 소니도 보급형 전자책 포켓에디션 가격을 169달러에서 149달러로 내렸다.
미국에서는 10만원대 중반에도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어 올 연말까지 킨들 판매량은 누적 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와 전자책을 동시에 판매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 업체들은 대부분 단말기 제조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자책 기능을 대거 포함한 태블릿PC가 9월부터 나오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생사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 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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