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여 국내외에서 지식재산권이 차세대 기업의 확실한 수익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국적 특허전문 기업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는 2008년 말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국내 대학에서 260여건의 특허와 아이디어를 매집했다. IV의 마구잡이식 매집에 비판 목소리가 높자, 지난해에는 단순 매수를 넘어서 대학 등 유망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다. 연구비 지원은 앞으로 나타날 성과에 대해 이익을 공유하자는 일종의 투자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우리 기업들은 외국기업으로부터 총 346건의 소송을 당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재권을 무기로 사업을 벌이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집중 공략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계 특허전문회사에 재직했던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전문기업들은 10배 이상 가격으로 매각한다는 전제아래 특허 등 지재권을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거래(IPX)시장 개설 움직임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식거래시장의 오픈은 지재권이 마치 주식과 같이 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시카고 탄소배출권거래시장 개설을 주도했던 제라드 패니콕씨가 IPX인터내셔널의 대표를 맡아 IPX시장 개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방한한 패니콕 대표는 “현재 기대 이상으로 활성화돼 있는 탄소배출권거래시장보다 잠재력이 더 크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재권 관련 일련의 변화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는 지난 10여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1995년 이래 2006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5%를 넘는다. 특허출원의 글로벌화 경향도 뚜렷하다. 2002년 이후 매년 절반에 가까운 42% 이상의 출원인이 자국이 아닌 해외시장을 겨냥해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 우리나라 역시 2004~2008년 5년간 특허출원한 외국인이 매년 전체 출원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지재권 확보를 위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도 자국 기업들이 지재권 확보 전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 말부터 국가지식재산권법집행조정위원회(NIPLECC)를 설치해 지재권 협력 · 조정을 강화했으며, 2004년부터는 지재권 유관 정부조직들이 함께 저작권 침해 대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지식재산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또한 `잃어버린 10년` 극복 방안으로 지식재산 입국을 선택했다.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해 글로벌 지재권 전략 강화 등의 사업을 전개 중이다. 중국도 국가지식재산권 전략재정위원회가 2005년 발족, 지재권 전략 수립 및 추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일본이 지식재산입국을 선언하고 중국이 지식재산을 국가 3대 전략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지식재산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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