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 산학협력단 테크노센터. 쾌속조형기(FDM Quantum)가 플라스틱 재료를 깎아 쉴 새 없이 뭔가를 만들고 있다. 얼마 전 중견업체에서 가져온 부품을 3차원으로 스캐닝한 뒤 이 데이터를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쳐 조형기로 플라스틱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영진전문대 산학협력단 테크노센터(센터장 이광록)는 지난 1999년 설립됐다. 그땐 대학에 쾌속조형기나 3차원 스캐닝 장비 등을 설치해 놓고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 흔하지 않았다. 당시 270여 종에 이르는 고가 장비를 갖추고 기업 지원에 나선 지 벌써 1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센터가 그동안 크고 작은 기업을 지원한 건수만 2000여 건에 이른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OK`=테크노센터는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 오면 제품 설계에서부터 신제품 개발까지 웬만한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얼마 전 어느 40대 발명가는 세척이 간편한 가습기 제작 아이디어를 갖고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 아이디어는 센터의 각종 첨단 장비와 관련 분야 교수들의 도움을 거쳐 제품으로 출시됐고, 현재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아이디어의 제품화 과정에서 센터의 역할은 제품 생산을 위한 금형 제조 전 단계인 기구 설계와 역공학 설계(실제 제품을 3차원 스캐너로 본뜬 뒤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 시제품 개발 등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비용의 70%가 금형에 드는 만큼 시행착오 없이 정확한 금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센터의 주된 역할이다. 금형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셈이다.
테크노센터는 디자인부터 제품 설계, 시제품 생산, 금형 설계와 가공,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와 제조, 나노급 정밀 측정, 해외 수출을 위한 국제규격 인증까지 일괄 지원하는 `토털 테크노 솔루션 시스템(TTSS:Total Techno Solution System)`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1년의 축적된 노하우=센터가 구축한 장비는 이제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11년간 기업을 지원해 온 노하우는 다른 곳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센터의 자산이다.
센터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 중에는 센터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실속을 챙겨가는 기업이 적지 않다. 실제로 약국 조제 및 약품관리 시스템 생산 기업인 제이브이엠은 지난 2004년부터 6년 동안 센터와 긴밀한 산학 협력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왔다.
특히 대구를 벗어나 경남, 울산, 경기지역에 있는 기업들도 센터의 오랜 지원 경험을 믿고 찾아오고 있다. 이처럼 센터는 정보기술(IT) 제품에서 생활 및 산업용품에 이르기까지 분야와 지역에 제한 없이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하는 연구장비 공동이용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올해로 3년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센터를 이용하는 중소기업은 장비 이용료의 6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영진전문대 테크노센터 관계자는 “지난 11년간의 중소기업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학 협력 활동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자리 잡았다”며 “기업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영역으로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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