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경영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소식의 한 진원지를 찾자면, 이 대학의 교수들(Datar, Garvin, Cullen)이 최근 펴낸 책(Rethinking the MBA:Business Education at a Crossroad)을 들 수 있다.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리더를 양성하는 최고의 기관에서 경영학석사(MBA)의 한계를 거론해 주목받았다.
이들의 반성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본주의의 리더로서 자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적었다는 것이다. 이런 반성만큼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잘 설명하는 것도 없을 듯싶다. 따지고 보면, 뉴욕의 월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결과는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나타났지만. 원인은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의 도덕적 해이이며, 이들은 사회에 자신의 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지 않았다.
둘째는 책임감 있는 리더십의 부재다. 리더의 역할은 사람들 틈에서 일하며, 이들이 일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며, 각자가 `챔피언`이 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MBA 출신들은 자신이 챔피언이 되려고 했으며, 사람을 부려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그의 최근 저서 `자유낙하(Freefall)`에서 “일본의 경영자는 회사가 실패하면 할복자살을 하고, 영국의 경영자는 자리에서 조용히 물러나는데, 미국의 경영자는 보너스를 더 타내려고 소송을 일삼고 있다”고 개탄한 바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셋째, MBA 출신들은 이론만 앞세우며 현장을 무시했다. 건축가로 비유하자면, 현장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도면대로 건축하려고 고집한 셈이다. 설계도에서 추구하는 철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장감을 살려 건축한다면 원래의 도면보다 훨씬 나은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이런 가능성을 종종 무시했다. MBA 출신들은 지금까지 교과서적인 `정답`만을 추구하면서 현장이 원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반성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요즘의 분위기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이들의 반성을 통해 얻은 교훈은 한국 사회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데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미래의 사회에 어울리는 미래의 리더는 나와 사회를 생각하며, 권리와 책임의 균형감을 잃지 않고, 현장의 다양성을 살리면서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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