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특히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게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출신 지역이 한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화 투사이자 15대 대통령, 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어김없이 해당되는 얘기다.
아니 단순히 일반적인 정치인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그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한편에서는 그를 한국의 현대사를 다시 쓴 영웅으로 떠받들고 또 다른 쪽에서는 그를 무능력한 빨갱이로 치부한다. 비호남 출신에게 그는 후자에 가까운 평가를 받곤 하지만, 호남 출신에게는 그는 영원한 `선생님`이다. 하지만 호남 출신들이 그를 두둔하는 것은 스스로 `전라쟁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행위다.
그의 인생은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 미스터리` 영화라고 해도 모자랄 만큼 흥미진진하다. 민주화 운동, 납치와 고문, 사형선고, 그리고 의문의 교통사고. 극적인 생환과 구사일생의 연속…. 여기에 최근 큰 아들의 파킨슨병 투병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드라마틱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종합 일간지 사진기자로 근무했던 저자는 우리와 동시대인으로 살아왔던 한 인간 김대중을 카메라에 담아 펼쳐 놓는다. “내세울 것 없는 이 작은 사진첩이 한 개인의 위인전 격인 사진 모음이 아니라 희망의 서, 지혜의 서, 그리고 참된 처세의 서가 되길 기대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지 않은 `무대 뒤` 김대중의 모습을 담았다. 하품하는 모습, 정원에서 꽃을 가꾸는 모습, 화장실에서 마주친 김대중 대통령 등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진솔한 모습이 담겼다.
또 사진 사이사이에는 기자로서 시대정신과 정의를 외면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성도 풀어놓는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호남 사람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으로 보고 그의 행적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빠져들고, 국민의 눈과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벌어지는가 하면, 수사 현장에서 고문이 자행되는 요즘. 그를 다시 떠올려 본다. 우리에게 그는 어떤 존재였을까.
오동명 지음. 생각비행 펴냄. 1만9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