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많이 나는 골프 클럽이라는 광고 카피는 이제 식상하다. 지인 중 한 사람은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새 드라이버가 10야드씩 더 날아간다면 드라이버를 12번도 더 바꾼 내 드라이브 샷 거리는 벌써 300야드가 넘었어야 한다”고 말해 동반 플레이어들을 웃겼다.
골프 클럽 업체들은 매년 새 클럽을 출시하면서 거리가 더 난다고 주장한다. 드라이버는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아이언 클럽은 업체의 주장이 사실에 가깝다. 왜냐하면 2000년에 출시된 아이언 세트의 9번 아이언 로프트는 45도가 표준이었지만 지금은 피칭웨지의 로프트가 41도짜리가 즐비하다. 예전 8번 아이언과 현재의 피칭웨지의 로프트가 똑같다는 뜻이다.
몇 달 110m 짧은 파3홀에서 새로 장만한 피칭웨지로 티샷을 했는데 그만 그린을 훌쩍 넘겨 뒤쪽 연못에 빠졌다. 대충 계산해보니 피칭웨지로 130미터를 넘게 때린 셈이다. 골프 구력 18년 동안 이렇게 길게 때려본 예가 없었는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클럽 제작업체의 홈페이지를 샅샅이 찾아보니 내 피칭웨지 로프트가 41도였다. 예전에 쓰던 8번 아이언과 같은 로프트였고 클럽의 길이도 예전 8번 아이언과 똑같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내 기준으로 8번 아이언은 대체로 130m 정도를 보내는 클럽이다.
클럽의 로프트를 세우는 경향은 일본제 아이언부터 시작되었다. 혼마와 젝시오가 이런 흐름의 선두주자였다. 이렇게 로프트를 세우다 보니 숏 아이언에서 문제가 생겼다. 피칭웨지가 130m를 날아가고 샌드웨지는 60m를 날아간다. 그 사이의 70m를 메울 방법이 없어졌다. 그래서 요즘 많이 쓰는 상용수법이 48도 웨지를 골프백에 추가하는 방법이다.
2009년 이후에 새로 아이언 세트를 구입한 골퍼라면 48도 웨지를 추가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48도 웨지는 예전으로 말하자면 피칭웨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신 3번, 5번 페어웨이 우드를 버리고 4번 페어웨이 우드 하나로 커버해야만 쿨럽 개수 14개라는 규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