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냉면

말복과 입추가 지났지만 아직도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찜통 더위 속에서 길거리에 그냥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요즈음,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로 가장 선호하는 메뉴가 아마 냉면일 것이다. 작년에 유행했던 `냉면`이라는 재밌는 가사의 노래처럼, 가슴이 시릴 정도로 목을 타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냉면을 먹다보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는다.

냉면의 주원료는 메밀이나 감자 전분이다. 메밀이 많이 함유돼 면발이 거친 것이 평양식 냉면이다. 여기에 육수나 동치미국물을 부어, 깊고 시원한 맛을 즐긴다. 감자 전분이 많이 함유된 것은 함흥냉면이다. 쫄깃한 면발에 매콤한 양념장이 일품이며, 따뜻한 육수까지 곁들여 마시고나면 이열치열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메밀은 한의학에서는 `교맥(蕎麥)`이라고 부르는데, 위장을 튼튼하게 하면서 기운이 나게 해주는 식품이다. 동의보감에는 `오장의 더러운 찌꺼기를 없애고 정신을 좋게 한다`, `위장 속에 적(積)이 있을 때 메밀가루를 먹으면 적이 삭는다`고 했다.

메밀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여름에 먹으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때문에 평소 열이 많고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의 경우 자주 먹어도 좋으나, 몸이 찬 사람은 가끔씩만 먹고 항상 따뜻한 차나 육수를 곁들이는 편이 바람직하다.

감자는 비타민 B, C와 칼륨, 섬유질이 풍부해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며, 당뇨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아주 좋은 식품이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을 맑게 해주며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으로, 특히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권할만하다.

요즘은 이런 냉면 원료에 칡, 녹차, 쑥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서 면발을 뽑아내는데, 특히 칡의 경우에는 열을 내려주고 갈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 여름에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