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에선 100%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이 갈수록 실감난다. 한때 세계를 풍미했던 일본 기업들의 요즘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도요타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최대 항공사인 JAL은 아예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JAL은 올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우리 돈 1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수혈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JAL이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할 즈음,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은 일이 있었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78)에게 JAL의 구원투수를 요청한 것이다. 고심 끝에 JAL 회장직을 수락한 이나모리는 “저는 항공 산업에는 문외한”이라며 “그러나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JAL은 나라를 위해서도 회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그는 JAL의 경영 정상화를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며 무보수 봉사직으로 일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부품 업체인 교세라와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KDDI의 창업 경영자에 불과한 이나모리 회장에게 내각 수장이 직접 나서 부탁한 이유는 뭘까. 탁월한 경영 능력에 대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그가 주는 절대 신뢰감 때문이다.
비록 업종은 다르지만 이나모리 회장은 위기의 기업을 살려내는 베테랑이다. 일본 내에서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 창업자) 회장,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 창업자) 회장과 더불어 `경영의 신`이자 가장 존경받는 세 명의 기업가로 꼽힌다.
신간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은 지난 1959년 교세라 창업 이후 반세기 동안 그가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밀을 일러주는 책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회계를 모르고 어떻게 사업을 한단 말인갚라며 기업 경영자들에게 회계 마인드를 설파한다.
이나모리 회장의 회계 경영은 그 유명한 `아메바식` 경영과 함께 교세라를 성장시킨 양대 기둥이었다. 그에게 회계는 이론이 아니라 경영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천적 원칙이다. 의도가 어떻든 회계의 모든 숫자는 기업 활동의 실체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래서 이나모리 회장의 회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나침반이다.
그는 책에서 7가지 회계원칙을 제시한다. 현금 기준 경영, 일대일 대응, 근육질 경영, 완벽주의 원칙, 이중 점검의 원칙, 채산성 향상의 원칙, 투명 경영의 원칙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냉철한 판단 기준을 지니도록 조언한다.
인본주의 경영 철학으로도 유명한 이나모리 회장은 JAL의 방만한 경영을 수술하면서 아마 지금 또 한 번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을 법하다. 교세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면서도 단 한 차례도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던 그지만 JAL을 맡으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여전히 공기업의 철밥통 분위기가 팽배한 기업 문화도 바꿔 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나모리 회장의 노력이 벌써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최근 JAL은 당초 예상보다 1년 이른 이번 회계연도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욱송 옮김. 다산북스 펴냄. 1만3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