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바로 이 시간에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다. 하나는 도둑이고 하나는 바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 선생의 꾸지람이다. “한국사회는 불행으로 동맹 맺은 사회”라는 지적과 함께였다.
노회찬 마들연구소 이사장은 조세희 선생의 한국 사회를 향한 큰 꾸지람에 “나눌 줄 모르는 `동물의 왕국`이 아닌 더불어 사는 `인간의 나라`로 나아갈 길을 터야 한다”고 덧댔다.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본성이 고스란히 표현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일”이 가장 중요한 나눔 실천이라고. “다른 사람과 함께 교육과 의료를 수돗물처럼 나눠 쓰는 사회야말로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13쪽)”이라고!
2009년 10월 노 이사장은 가진 것 별로 없는 자신이 `시민과 무엇을 어떻게 나눌까`를 고민하던 끝에 이 책을 만들었다. `명사 7인이 들려주는 행복동맹 이야기`를 엮었다.
“도대체 우리가 누구를 위해 사교육비를 쓰며, 누구를 위해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는가? 불안하니까 그러는 거예요(71쪽).”
여성운동가 오한숙희씨는 이런 상황이 철학 부재로부터 왔다고 적시했다. 그는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만 죽었다 생각하고, 일단 대학 들어가자. 그 다음부터는 너 맘대로 해”라고 얘기하는, 우리의 `생각 없음`을 거리낌 없이 열어 놓았다.
한국 사회에 `철학 없는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일까마는, 자식 교육에 민감한 부모로서 같은 느낌이 절절하다. 당신은 정말 아직도 `대학만 보내면 대박`이라고 생각하는가. 오한숙희씨로부터 정답이 분출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살지 못할 미래를 삽니다. 그래서 부모는 진보적이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자녀 교육이 `낡은 것`은 아닌지, 내 아이에게서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을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성찰(96쪽)”해야 한다.
이제 제발 “네가 얘보다 5등 뒤지고, 쟤들보다 10등 앞이고 이런 건 교육적으로 전혀 의미 없다(106쪽)”고 보고 “학원은 이윤 동기로 인해 불필요한 교육을 권한다(123쪽)”는 걸 알자. 오랫동안 한국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며 고민한 교육평론가 이범씨의 분석이다. 한번 믿어 보시라.
쪽 넘기는 손에 탄력이 붙는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자랑하지만 왜 대학 무상 교육이 저 멀리에 있고, 이 땅에 시민 복지가 없어 어떤 양상이 빚어지는지(이상 홍세화), 독일 중등 사회 교과서 340쪽 가운데 93쪽이 무엇을 다루는지(하종강)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또 “`닌텐도` 만들면 되느냐? 그 닌텐도가 이미지만 딱 보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그 밑에 얼마나 많은 텍스트가 깔려 있는지를 모르는(진중권)” 이가 도대체 누구인지에 키득댈 수 있어서다. 이야기 조각 몇 개에 여러 필자의 철학과 가치관이 모두 배어나지는 않는다. 여러 조각을 차곡차곡 쌓아 볼 일이다.
참, 당신은 바보인가. 아니라면, 도둑? 깊이 스며든다. 마음엡. 오래 머물 것 같다. 가슴엡.
노회찬 · 신경림 · 박중훈 · 오한숙희 · 이범 · 홍세화 · 하종강 · 진중권 지음. 해피스토리 펴냄.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