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14상담원 20% 재택근무 `IT인프라의 힘`

◆ 제4부 스마트워크 혁명 (上) ◆

"재택근무를 하면서 벌게 된 시간으로 부동산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고 있어요."

KT의 고객 상담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경희(29) 이수진(28) 씨 자매. 언니는 8년째, 동생은 3년째 KT에서 근무 중이다.

이 자매의 근무지는 KT 사옥이 아닌 자신의 집(경기도 군포시 재궁동)이다. 서재 방에 별도로 설치한 상담 책상에서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한다. 이 자매는 지난 7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에서 KT전화국(경기도 산본시)에 출퇴근하기까지 매일 1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이경희 씨는 "집에서 일하니 고객에게 더욱 친절히 응대하게 되고 시간 활용도와 몸 상태가 훨씬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것이 가장 좋다"고 즐거워했다.

KT는 지난 1월부터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했고 각종 통신상품의 상담 업무를 하는 자회사 직원(3400명) 중 45명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KT의 114 안내원들은 전체직원의 20%가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KT는 직원들의 반응이 좋자 상담 직원뿐만 아니라 3만2000여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워크`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KT는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워크 체제로 근무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사가 위치한 분당을 시작으로 원격근무지인 스마트워크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석호익 KT 부회장은 "여성 직원이나 영업ㆍ유지보수ㆍ연구개발인력 등에 우선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동대문구청 부동산정보과 주무관(38)은 아침 9시 30분까지 출근한다. 탄력근무제 덕분에 출근시간을 30분 늦추게 되자 아침 시간의 여유가 두 배로 늘어났다. 김 주무관은 세 아이들을 깨워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직장으로 향한다. 그는 "학교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정서적 안정감도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스마트워크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동대문구청은 지난 4월부터 탄력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출근시간을 선택하는 제도다.

팀장을 제외한 6급 이하 직원이면 신청할 수 있고, 전체 대상자의 20% 이내에서 운영한다. 동대문구청은 또 지난해 6월부터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출산 여성공무원 재택근무제`(주 1회 사무실 출근)를 실시해 정보유출 우려가 없는 5가지 업무에 우선 도입 중이다.

이처럼 KT와 동대문구청이 `스마트워크`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IT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잘 갖춰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네덜란드 스웨덴 등 선진국들이 스마트워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IT산업이 성숙해져 원격으로 협업할 수 있는 IT 협업 인프라가 조성됐고 개인, 조직, 국가의 패러다임이 `행복한 사회` 구축으로 변화하는 흐름에 따른 것이다.

개인의 가치관이 `업무` 중심에서 `삶과 일의 조화`로 옮겨가고 있으며 기업에서 IT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 요구가 높아진 것도 원인이 됐다. 특히 스마트워크는 산업 간 융합을 토대로 조직 생산성을 개선하며 탄소 절감을 달성하자는 `CIT 혁명`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못하면 스마트워크가 정착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면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조직문화 때문에 원격 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고 원격 근무 도입 시 보안에 대한 염려도 크다.

또 업무 성과에 대한 우려와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 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원격 근로자의 저임금 계약직, 임시직화에 대한 우려도 스마트워크 확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 고위 관계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 스마트워크를 직접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5년내 800만명 스마트워크 가능케…육아부담 줄어 저출산 해소 도움될듯

정부는 최근 스마트폰과 영상회의 시스템 등의 최신 IT를 이용해 시간ㆍ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스마트워크 방식을 공무원과 민간기업에 접목하기로 했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보고회에서 2015년까지 전체 노동인구의 30%(약 800만명)에 스마트워크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94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의 30%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게 된다.

정부는 대도시 외곽에 공공기관 등의 유휴 시설을 활용해 영상회의와 초고속인터넷 등 원격근무 체계를 갖춘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올해 공공형 2개소를 설립하고 2015년까지 공공형 50곳, 민간형 450곳을 만들 계획이다.

2012년부터 현재보다 최고 10배 빠른 기가급 인터넷을 상용화하고 2015년까지 전국 20% 보급률을 달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스마트워크 기반 마련을 위해 2015년까지 234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스마트워크 활성화 방안이 실행되면 수도권 근로자의 경우 원격근무 하루당 약 90분의 출퇴근 시간이 절감되고 연간 1조6000억원의 교통비용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저출산ㆍ고령화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거주지에서 가까운 원격근무센터를 활용하면 기혼 여성의 출산ㆍ육아 문제를 한결 덜 수 있다. 한국의 여성 취업률은 20대 후반에는 65%로 높지만 30대 초반으로 가면 50%로 뚝 떨어진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세계 선진국들 사이에 주요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사업체의 49%가 원격근무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올해 전체 취업인구의 20%에 원격근무를 접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별취재팀=매일경제 김성회 산업부 부장(팀장) / 황인혁 기자 / 손재권 기자 / 황시영 기자 / 홍장원 모바일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