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전,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은 수혜가 예상되지만 일본산 부품소재의 수입가격 상승과 엔화 대출기업의 상환부담이 심화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달러당 85엔대에서 거래 중이다. 장중 한때 85엔대가 붕괴, 84.90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엔화 값은 전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4.70엔을 기록해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원화는 약세로 돌아서면서 재정환율인 원 · 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1410.44원까지 뛰었다.
일본의 경기 부진과 저금리에도 엔화값이 치솟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로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안전통화인 엔화로 투자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엔화값이 급등하면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가전,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제품은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엔화강세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IT부품소재의 수입 비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산 소재 의존률이 TAC필름은 100%, 포토레지스트은 93%, PI필름은 90%, 포토스페이서 83% 등 절대적”이라며 “엔고가 계속되면 조달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엔화대출 기업의 시름도 깊어졌다. 저환율과 저금리 때 받은 엔화대출의 이자와 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원 · 엔 환율은 올 초에는 1200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 26일에는 1168.75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으나 유럽 재정위기 여파와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 5월 25일에는 1419.99원까지 급등한 뒤 1300~1400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날 엔화대출 기업에 공문을 보내 “한동안 하락하던 엔화환율이 최근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화대출을 상환해 환리스크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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