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원, PMP시장 독점 굳히기…점유율 80%육박

판매대수로 연간 80만대, 금액으로 2000억원 규모인 국내 PMP(Portable Media Player) 시장이 독점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1위 업체 코원시스템(대표 박남규)의 점유율이 70%를 웃돌면서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점 구도가 이미 굳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한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A사에 따르면 코원의 PMP 시장점유율은 70%를 넘어 8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6월 점유율은 79%, 2분기 점유율은 75.3%에 달했다. 졸업 시즌인 올 2월에는 85%의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위 업체인 아이스테이션은 2분기 들어 월별 점유율이 25% 안팎에 머물렀다. 아이리버는 근 2년간 신제품 출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PMP 시장에서 코원의 강세는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B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5~6월 코원의 판매 점유율은 45%에 달했다. 아이리버가 15%, 아이스테이션이 1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2ㆍ3위를 기록했고 빌립, 맥시안 등이 뒤를 이었다.

숫자 자체만 놓고 보면 `독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원의 점유율 45%는 판매 대수 기준이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60%가 넘는다는 게 코원 측 주장이다.

코원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10만원대 중국산 저가 제품 판매 비중이 15~20%에 달하고, 아이리버ㆍ빌립의 경우 1~2년 전 제품을 재고정리 차원에서 온라인을 통해 헐값으로 팔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보다는 덜하지만 온라인에서도 코원의 독주 체제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PMP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건 아이스테이션의 전신인 디지털큐브였다. A사 집계에 따르면 2008년 1월 코원의 점유율은 24%에 불과했고, 디지털큐브 점유율은 66%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양사 점유율은 48% 대 41%로 역전됐고, 이후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코원의 독주 비결을 HD급 고화질 제품을 최초로 내놓는 등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데서 찾는다. 강학화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수많은 업체가 난립한 PMP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됐다"며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품력과 신뢰도가 높은 업체에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결과를 낳으면서 코원에는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은 이어 "거세게 추격해 오던 중국 업체들 중 상당수가 금융위기 때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쓰러졌고,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아이스테이션도 제때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등 시장 흐름에 뒤처지면서 코원이 국내 PMP시장을 접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민희 코원 전략기획실 팀장은 "제품력을 바탕으로 전국 80곳에 AS 지점을 운영하고 제품 출시 이후에도 2년간 꾸준히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등 뛰어난 사후지원 시스템으로 소비자들 믿음을 얻은 게 주효했다"며 "품질과 서비스, 브랜드 신뢰도에서 검증이 끝난 1위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PMP시장에서의 선전 덕에 코원은 올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79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사상 최대 반기 매출 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81억원과 72억원으로 호조를 보였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PMP시장이 연간 15%씩 성장하고 있고, 신규 수요도 꾸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스마트폰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박민희 팀장은 "PMP는 교육에 특화된 제품이기 때문에 뛰어난 동영상 화질과 긴 재생 시간, 큰 액정 화면, 인터넷 강의 등의 교육콘텐츠가 필수인데 스마트폰은 이러한 면에서 PMP를 따라잡기 힘들다"며 "스마트폰의 부상과 상관없이 PMP는 발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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