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단에 자리 잡은 대호에이엘 공장은 대형 제강업체 제철소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모습이다. 폐철 대신 알루미늄 잉곳을 사용하고 전기로 대신 가스용해로가 서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쇳물을 녹여 식히고 얇게 펴서 코일로 말아내는 과정이 꼭 닮았다. 얇은 알루미늄판을 동그랗게 잘라내는데, 이 원판은 내수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팔려나가 밥솥이 되고 프라이팬이 된다.
이상민 대호에이엘 대표는 "이 공장에서 한 해 동안 생산하는 알루미늄 원판이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4500만개 정도"라며 "사람의 먹을거리와 직결돼 심사기준이 까다로운 주방기기 재료 분야를 대호에이엘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입을 열었다.
대호에이엘은 대호차량이 2002년 법정관리 상태의 남선알미늄 압연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거듭났다. 인수 당시 4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8년 만인 올해 4배, 내년에는 5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오너 2세인 이 대표는 회사 몸집이 커진 것보다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데 스스로 높은 점수를 줬다.
인수 당시 주방기기에만 치우쳤던 회사 매출은 현재 전기전자재료와 자동차부품 등 산업재에서 60%를 벌어들이고 있다. 대호에이엘이 생산하는 산업재는 휴대폰 배터리 케이스, 자동차 경량화 부품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가장 크게 성장한 아이템은 삼성전자 LED TV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방열판이다. TV에서 발생하는 열을 빨리 식히고 두께를 줄이는 데 중요한 부품이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LED TV 방열판에서 연간 4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LG전자 LED TV에도 방열판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주방기기 관련 매출을 유지하면서 급증하는 LED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연간 4만t 규모의 알루미늄 생산량을 올해 말까지 공정 개선을 통해 5만t으로 늘리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증권가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국산 고속전철 수출 수혜주`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 회사는 현대로템에서 생산하는 각종 철도차량의 알루미늄 몸체를 임가공해 납품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08년 10만평 규모 용지에 철도차량 임가공 공장을 지어 지난해부터 현대로템에 납품하고 있다"며 "현재는 바닥, 천장, 벽면 등을 따로 임가공해 납품하지만 향후 열차 몸체를 전체적으로 조립하는 임가공 공정까지 수행하게 되면 매출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문 매출이 지난해 15억원에서 올해 70억원까지 증가하지만 브라질 등에 국내 고속철 수출이 성사되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또 원재료인 알루미늄 판재는 현대로템에서 직접 공급하고 대호에이엘은 임가공만 하고 있어 재고와 원자재 값 변동 부담이 작고 마진율이 높은 사업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이런 사업 다각화 외에 대호에이엘은 `꽤 가능성 높은 로또`를 하나 움켜쥐고 있다. 코오롱그룹이 최대주주로 무릎 연골 재생약을 개발해 미국과 국내에서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미국 바이오업체 티슈진 투자건이다.
이 대표는 "티슈진의 무릎 연골 재생약이 양산되면 계열사 프로모젠이 거기에 맞춤형 단백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이 체결돼 있다"며 "약품 매출이 본격화되는 2012년 이후에는 미국 바이오 연구개발(R&D) 업체 프로모젠은 나스닥에, 국내 바이오 원료 생산업체 코러스바이오는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호에이엘은 프로모젠 지분 75.7%, 코러스바이오 지분 28.6%를 보유 중이다.
[대구 = 매일경제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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