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던 CRT의 위세가 LCD 상용화로 이제 시장 퇴출 단계까지 접어든 만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디지털 정보기기에서 휴대성이 강조되면서 휘거나 돌돌 말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즉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개발에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는 10년 뒤인 오는 2020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500억달러 규모로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LCD 디스플레이의 유리기판에 쓰이던 소재인 유리는 평평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에는 효과적이지만 0.1㎜ 이하로 두께를 줄이지 않는 한 휘거나 접히는 성질을 갖기는 어렵다. 얇은 두께의 유리판은 깨지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향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일본의 발 빠른 움직임=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앞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에 뺏긴 경쟁력을 플렉시블 시대에 만회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일본 신에너지 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 등의 컨소시엄을 통해 유리기판을 대체하는 소재를 개발해왔다. 소니는 지난 5월 열린 `2010 시애틀 디스플레이 박람회(SID)`에서 두루마리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시연해 관람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기판 기술 특허에서는 우리나라가 조금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07년 특허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기판 관련 기술 특허 48건 중 내국인 출원이 36건으로 61%를 차지했다. 한발 늦게 출발했지만 기술 개발 속도는 빠르다는 것이다.
◇대체 소재 어떤 게 있나=현재까지 개발된 소재 중 유리기판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소재로는 플라스틱, 금속 박막, 초박형 유리가 거론된다. 폴리이미드(PI), 폴리에틸렌나프탈레이트(PEN), 폴리에스터(PET), 폴리카보나이트(PC), 폴리설폰(PES) 등 플라스틱 소재가 그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PEN과 PET는 국내에서 SKC · 코오롱이 생산하고 있고, PC · PES는 제일모직, PI는 코오롱이 판매한다. 하지만 이 소재들은 지금의 유리기판처럼 표시소재로 쓰기에 미흡한 점이 많다. TFT(Thin Film Trangistor) 공정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LCD용 기판 소재가 250℃를 넘는 고온에서 30분 이상 견뎌야 하지만 PEN과 PET는 280℃ 내열성이 약하다, PC와 PES는 열팽창계수가 기준치인 10ppm/K보다 높다. PI와 PEN은 디스플레이로 쓰기에 필름 투과율이 떨어진다. 필름 투과율은 550나노미터(㎚) 공정에서 90% 이상, 400㎚에서 70% 이상이 요구된다.
◇대체 소재 개발, 정부가 나섰다=지난 4월 정부는 세계 시장 선점 10대 소재(WPM:World Premier Materials)와 20대 핵심 부품소재를 선정하면서 평판 디스플레이의 유리기판을 대체하는 소재 개발을 포함시켰다. 플라스틱 기판에 특수한 배리어(barrier) 코팅으로 수분과 산소를 차단하고 박막 투명전극을 부착하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기판이 만들어진다. 이 과제의 주관사는 제일모직으로 40인치 이상의 TV 또는 80인치 이상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DID)용 LCD · OLED 플라스틱 기판 소재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2018년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국내 기술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단위:달러, 자료:아이서플라이)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