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에 입성한 팹리스 기업들이 주가 약세에 고전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스이티아이 · 이미지스테크놀로지 · 실리콘웍스 등이 코스닥 진입에 성공했지만 실리콘웍스를 제외하고는 작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 3월 상장한 에스이티아이는 지난 상반기 361억원의 매출을 기록, 작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이 6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1억원 흑자에서 17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매출액이 감소하고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공모가 1만7500원에서 시작된 주가는 12일 5560원까지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미지센서 매출이 늘었지만, 부품 단가 하락이 치명적이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1200억원의 매출목표를 수립했으나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같은 달 코스닥에 등록한 이미지스테크놀로지는 지난 상반기 매출액 80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 각각 13%, 30% 정도 감소했다. 이미지스는 올해 매출목표액을 250억원으로 잡았으나 상반기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내부에 비상이 걸렸다.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 회사가 독점해온 진동모터 구동칩 시장이 경쟁체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햅틱 칩으로 불리는 리니어 진동모터 구동칩 분야에는 새로 엠텍비젼이 가세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코아리버도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이미지스 주가는 한때 2만9150원까지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계속 하락, 13일 현재 1만45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팹리스 기업 중 지난 6월 상장한 실리콘웍스만이 지난 상반기 1231억원의 매출과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작년 동기 대배 각각 38.8%, 25.5% 신장했다. 실리콘웍스는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공모가 6만7000원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13일 6만7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실적을 거두자 팹리스 산업 전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실례로 팹리스 첫 상장기업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에이디칩스 · 다윈텍 등 2000년대 초반 상장한 업체들은 상장 후 실적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운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팹리스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인력과 재원 모두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이 팹리스 기업들의 무덤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며 “상장→자금확보→추가 성장동력 확보→매출 성장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팹리스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 · 오은지 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