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경영노트] 변대규 휴맥스 사장

[CEO경영노트] 변대규 휴맥스 사장

휴맥스에는 다른 회사에 없는 독특한 부서가 있다. 바로 `혁신실`이다. 2006년 만들어져 벌써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아니 오히려 해를 넘길수록 훨씬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경영 혁신은 한때 유행이 아니라 거의 일상 업무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력도 25명 내외로 적지 않은 규모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50)은 “혁신실은 품질에서 공급망, 연구 개발, 심지어 기업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손대고 있다” 며 “특히 전산실과 긴밀하게 결합해 효율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고 말했다.

휴맥스가 올해로 설립 21년을 맞았다. `10년 생존`도 힘든 전자업계에서 21년은 거의 최장수 기업 축에 속한다. 허리가 약한 국내 산업계에서 중견 기업으로 확실한 위상을 세웠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올해 매출 1조원을 코앞에 두었다. 변대규 사장은 `벤처업계의 영원한 대부`로 후배 기업 경영 멘토이자 맏형 역할도 맡고 있다. 변 사장은 “혁신 프로젝트는 결국 보여야 한다”고 다소 선문답처럼 강조했다.

“보여야(비저블) 개선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중요한 경영 변수인 개발, 자재, 품질 모두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먼저 이를 누구나 인식할 수 있게 보여 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그림이든, 데이터든 먼저 정량화해야 합니다. 불가능한 것 같지만 IT를 결합하면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혁신의 출발을 결국 `비저빌리티`입니다.”

변 사장의 이 같은 지론은 2005년 중반 경에 만들어졌다. 당시 휴맥스는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노래반주기에서 DVD 플레이어로, 이어 셋톱박스로 사업 분야를 옮기는 데 성공했지만 이 후 매출 · 점유율 모두 정체 상황에 빠졌다. 임직원도 이전에 비해 열정이 식었다. 이때 모든 사업과 경영을 원점에서 되돌아 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휴맥스가 그래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데는 세 가지 배경이 있었습니다. 먼저 변화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순간순간 필요할 때 트렌드를 제대로 읽었습니다. 두 번째는 곁눈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사고날 확률이 적은 확실한 분야에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입니다. 회사에 필요한 인재가 많았습니다.”

변 사장은 세 요인을 배경으로 휴맥스가 성장했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계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이때 꺼내 든 카드가 바로 기본과 혁신이었다. 혁신 프로젝로 전 세계 공장과 지사의 공급망관리(SCM) 사고 방식을 바꾸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 개발 프로젝트도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누구도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간 개념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인식 즉 습관을 바꾸는 일입니다. 기존 관행에 익숙해지면 제 아무리 회사가 위기이고 어렵다고 이야기해도 듣지 않습니다. 작지만 당장 본인이 고칠 수 있는 일부터 고칠 수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달라지고 습관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로 이어집니다.”

휴맥스는 올해 순익 800억원을 예상하며 혁신 프로젝트를 통한 부가가치 수익이 200억~3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측했다. 변 사장은 혁신 프로젝트를 셋톱박스에 이은 새로운 사업에도 접목한다. 도전장을 던진 분야가 `카 인포테인먼트`다. 그동안 디지털가전과 디지털TV가 세상을 흔들었다면 앞으로는 자동차가 변화에 중심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변 사장은 “기업은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지 않으면 곧 넘어져 버린다”며 “혁신으로 조직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었다면 이제는 혁신으로 새로운 사업에서도 비전을 보여 주겠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