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증 어떤 것이 있나

미국 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는 그린에너지 산업이 세계적인 거대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태양광 · 풍력 · 지열 · CCS 등 8개 그린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가 2030년 7조달러(약 8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향후 10년간 연평균 15%가 넘는 성장을 지속해 IT혁명기를 재연할 것으로 보이는 그린에너지 시장도 인증이 없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최근 급격한 시장 확대로 유럽 태양광 시장에서 인버터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국내 인버터 업체들이 관련 인증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진입이 좌절된 것이 좋은 예다. 인증을 알지 않고는 그린에너지 사업을 시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인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강제인증과 임의인증이다. 강제인증은 주로 안전과 관련되는 것으로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법적으로 생산과 유통이 금지되는 반면 임의인증은 소비자 인지도 등에서 불리할 수는 있어도 생산과 유통은 가능하다.

다음으로 제품인증과 시스템인증이 있다. 제품인증은 생산된 제품을 검증하는 것이고 시스템인증은 제품뿐만 아니라 생산과 유통시스템 전반을 검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3자 인증과 자기인증이다. 제3자 인증은 독립된 인증기관이 인증을 하는 것이고 자기인증은 기업체가 자사제품이 일정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스스로 평가해 인증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은 이 가운데 임의인증 · 시스템인증 · 제3자 인증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으며 단순 제품이 아닌 시스템을 인증하는 것이고, 독립된 인증기관이 인증을 해야만 한다.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데도 인증을 받으려는 이유가 있다.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우리나라처럼 인증을 확보해야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은행들이 TUV나 VDE 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인증이 없는 제품은 사실상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

유럽 CE는 `자기적합성선언제도`로 불리며 기업이 스스로 자사제품의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제3자 인증이 아니므로 엄밀히 따지면 인증이 아니다. CE에 반드시 TUV처럼 독립적인 인증기관의 인증서가 따라붙어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신재생에너지 설비인증은 독일 TUV다. 태양광의 경우 TUV는 전 세계 인증시장의 80%(TUV 자체 자료)를 장악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모든 태양광 업체들도 TUV를 통해서 유럽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1872년 보일러검사협회로 출발해 1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TUV라인란드는 독일 쾰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12억유로에 이른다. 1월 기준 1만385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TUV는 61개국 490여개 지사를 통해 전 세계에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비스 영역도 자동차에서부터 항공 · 에너지 · 소비재 · 전기통신 · 제조업 · IT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특히 태양광 영역을 특화해 박막형, 결정형 태양광 모듈과 정션박스 · 인버터 · 백시트 ·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시스템 · 집광형모듈 등 태양광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는 1987년 진출해 서울 본사 테스트센터와 대구 · 창원에 지사를 두고 있다.

TUV와 함께 세계 인증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것이 미국 UL이다. 지난 1894년 설립돼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UL은 매년 7만2000개의 제조업체에 200억개가 넘는 인증마크를 부착해주고 있다. 6800명이 넘는 직원이 전 세계 98개국에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996년 지사를 설립했다.

UL도 TUV와 마찬가지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결정형과 박막형 · 화합물 등 태양광 모듈에 특화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예비심사와 인증심사 두 단계로 인증절차가 나눠져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인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실제 인증심사 단계에서 인증 획득에 실패하는 사태를 예방하고 있다.

미국 최대 태양광 시장인 캘리포니아주가 보조금 지원 조건에 UL 인증서를 요구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일본 전기안전환경연구소(JET) 인증 역시 일본 태양광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자격요건이다. 결정형 및 박막형 태양광 모듈이 인증 대상이다. JET는 특히 일본 전역에 AS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 업체들에게 시장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은 일본 현지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는 방법으로 JET 인증 장벽을 뚫고 있다.

풍력 분야에서는 GL과 DEWI-OCC · DNV · UL 등이 대표적 국제인증기관이다. 그러나 태양광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국제인증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증의 기준이 되는 국제표준이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국제전기위원회(IEC)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IEC는 현재 풍력발전 인증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2001년 `풍력발전시스템의 시험 및 인증절차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고 안전성 평가기준과 소음측정기준, 부품 인증 규격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증이 도입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산업자원부 고시를 통해 태양열은 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은 에너지기술연구원과 산업기술시험원, 풍력은 에너지기술연구원과 강원대학교를 각각 성능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주관하는 인증사업이 본격 시작됐으며 현재 태양열과 태양광 · 풍력 · 지열 및 기타 6개 분야 25개 품목으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과 마찬가지로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정부보급사업과 발전차액지원사업 등 정부지원 사업에서는 인증을 받은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정부조달사업에서도 인증 설비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또 KOTRA 그린보증브랜드 등 여러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기업 지원제도에도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이 가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현재 인증수요 및 품목 확대에 대비해 성능 검사기관을 다원화하고 인증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상호인증이 가능하도록 인증시스템을 국제표준에 맞도록 정비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