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과 관련해 신재생에너지업계가 가장 바라는 것은 국제 상호인증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신재생에너지센터 간담회에서 한 대기업 임원은 “국제 인증을 받으려고 준비 중인데 매우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증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제적인 공조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국제적 공조`란 다름 아닌 상호인증을 말한다.
상호인증은 말 그대로 국내에서 받은 인증도 해외 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해주는 것을 말하며 그 역도 성립한다. 국제 인증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국내 인증 환경을 고려하면 상호인증이 될 경우 국내 업체들은 큰 이익을 보게 된다. 더욱이 국내 인증은 기술 조건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워 인증을 획득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상호인증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데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기술적 격차 문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TUV나 UL은 수십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인증기관이 자신들과 동일한 위치에 서려는 것에 큰 반감을 보인다. 한마디로 “우리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국내 인증서가 자신들이 발급한 인증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도 원치 않는다.
상호인증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상호인증이 되면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기에는 편리하지만 해외 기업도 국내 시장에 쉽게 진출한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인증 제도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하기 전에는 상호인증이 오히려 우리에게 손해라는 견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상호인증을 위한 국제 표준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국제인증은 국제전기위원회(IEC) 국제 표준체계에 근거를 두고 있다. IEC는 전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헌법에 준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나 제도의 특성상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태양광에서만 일부 국제 표준이 확립됐을 뿐 풍력을 비롯해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국제 표준은 거의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상호인증을 하려해도 기준이 없어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 것이다.
이 처럼 국내 기술력 확보, 국제 표준체계 마련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국제 상호인증 체계가 정착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